[기고]"연결재무제표는 판도라의 상자인가"
지난달 24일 당국은 개별재무제표 중심의 현행 공시제도를 2007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연결재무제표 중심으로 전환키로 했다.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를 선언한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07년이라는 시행시기다. 현정부에서 반드시 매듭을 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초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를 200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유야무야 되고 말았었다.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는 원래 재계가 결합재무제표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이지만, 당국이 이를 추진하고 나서자 재계가 다시 시기상조론을 들고 나오는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유효한 반대논리는 그 때도 경기침체였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연결재무제표는 잊혀진 정책과제가 되었다. 장하준 교수가 근저 “개혁의 덫”에서 지적했듯이 시장지향적 경제개혁이 참여정부의 지향점이라면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는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지만 의외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일부 착실히 준비를 해가는 기업도 있었지만 재계의 기본적인 입장은 확고부동한 시기상조론이었다. 당국의 무거운 침묵 속에 재계 일각에서 간간이 제기하는 연결납세제도 조기도입 주장은 흡사 당국에 대한 응수타진으로도 비춰졌다.
지난 6월 금융감독당국이 최초로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리계획을 발표했지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리고 100일만에 전격적으로 연결재무제표 중심으로의 공시제도 변경일정을 발표한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의 한가운데에서 회계기준의 국제화라는 정공법을 택한 점이 이채롭다. 최근 굵직한 회계관련 이슈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지만 단순히 상황논리만으로 재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재계의 아킬레스건인 소유지배구조보다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개선에 치중하는 최근의 정책성향과 궤를 같이한다. 일부 시민단체에게는 다소 섭섭한 일이겠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어쨌든 워낙 재계가 예민하게 반응하던 이슈인 만큼 추석연휴 이후의 대응이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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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분법평가가 보편화되어 있고 많은 기업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연결재무제표는 개별재무제표보다 1개월 후에 공시하지만, 지분법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간간격은 기술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기술적 요인보다는 정보공개 확대의 득실에 대한 견해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연결재무제표는 기업경영의 실질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정보전달 수단이다. 작성과정은 지분법평가와 큰 차이가 없지만 전달하는 정보의 수준 차이는 엄청나다. 특히 완전자본잠식 자회사의 추가적인 손실부담과 계열사간 내부거래손익, 통합적인 재무구조 등에 대한 정보 등은 지분법평가로는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정보들이다. SK글로벌은 연결재무제표 분석의 유용성을 보여준 전형적 사례다.
2001년 개별재무제표의 부채비율이 209.6%였던 반면 연결재무제표의 부채비율은 401.9%에 달했다. 연결재무제표의 부채비율이 다소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200%에 육박하는 차이는 분명히 과대한 것이었다. SK글로벌의 공시자료는 이러한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조차도 연결재무제표에 무게를 두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연결재무제표의 충실성에 대한 신뢰가 낮고, 시장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설명수단으로서의 유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행처럼 심사기법이 정형화된 기관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는 이러한 기업분석 관행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당장 금융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일본도 지난 2000년 연결재무제표를 주재무제표로 삼았다. 최근의 일본경제 회복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결과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