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매도·매수 자제"큰 장 기다려!"
한로(寒露)다. 이슬이 차가워지고 머잖아 서리도 온다는 것을 예고한다(오는 23일이 상강(霜降)이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단풍이 울긋불긋 해지면서 선남선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그것도 길어야 달포 정도다. 그 뒤에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고 북풍한설에 옷깃을 여미고 몸을 떨어야 할 것이다. 하늘은 높고 밥맛 좋은 요즘 같아선 ‘그런 날이 언제 올까?’ 싶지만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는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찾아온다.
증시가 어려우니 사설도 길다. 주가가 오를 때는 주가에 부정적인 악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악재의 힘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다. 증시가 셀 때는 몸을 낮춰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이 바뀌어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심술을 부린다. 항상 그런 가능성을 잊지 말고 지내야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에서 풀어본 사설이다.
팔지는 말아라, 그렇다고 당장 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증시의 흐름은 여전히 각개전투다. 8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95포인트(0.45%) 떨어진 881.38에 마감됐다. 하락폭은 크지 않았지만 이틀째 떨어지며 5일 이동평균883.97)을 밑돌았다.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미국 증시하락과 외국인 매도로 조정에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종목별로 등락은 엇갈렸다. 이날도 삼성전자는 20만주의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급락했다. 하지만 하이닉스반도체와 하나은행은 상승했다. 등락률의 차이도 컸다. 삼성전자(-2.36%) 국민은행(-0.49%) 하이닉스(+4.76%) 하나은행(+1.90%) 등의 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주가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된 종목으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외국인 160% 수익의 비밀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 부장은 “증시가 단기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보유주식을 팔 필요는 없지만 지금 주식을 사기는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33만3000주(1607억원)나 순매도하고 하이닉스(673억원) 현대자동차(148억원) 고려아연(85억원) 한진해운 현대상선 하나은행 GS 한국전력 등을 순매수한 것은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
지수는 이틀째 떨어졌지만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이 거래소에서만 35개나 됐다는 점도 각개전투 장세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이닉스 한진해운 동국제강 하나은행 대한전선 한진중공업 고려개발 현대상선 동부제강 등이 신고가의 주인공들이다.'조강지처'를 버려라
경제는 좋지 않지만 주가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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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시 상황을 잘 보여주는 말은 ‘온도차’와 ‘차별화’다. 외국인과 연기금 및 적립식펀드 등의 사랑을 받아 주가가 오르는 종목들은 따뜻하지만, 그렇지 못한 종목들에는 찬바람이 몰아친다. 수출기업과 대형주(경쟁력 있는 내수 우량주 포함)들은 상대적으로 주가상승의 혜택을 누리지만, 내수기업이나 중소기업 주식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콜금리 인하 및 현재수준 유지를 놓고 재경부와 한국은행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던 7일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경기침체 측면을 보는 재경부는 금리인하를, 물가상승 측면을 보는 한국은행은 금리유지를 주장했다. 모두 숫자로 나타나는 지표경기와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혼선이고 의견 충돌이다.
거시 경제 여건이 불투명한데도 증시는 강세를 지속하자 “경제는 좋지 않지만 주가는 상승할 것”(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이라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김 사장은 “유가 급등과 미국 증시 하락 등으로 한국 증시도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아 종합주가지수가 850선 근처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조정은 얕고 짧게 끝난 뒤 900선을 넘어서는 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가 너무 떨어져 주식의 (부동산 채권 예금 등에 대한) 상대적 매력이 높아졌고,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회사채수익률보다 훨씬 높아져 주식을 사는 것이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유리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도 “채권형 펀드가 만기가 됐을 때 다시 채권형 펀드에 들기보다 주식형으로 갈아타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우량 주식 주가는 경기상황과 관계없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삼성전자 팔고 하이닉스 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