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한국축구 비극' 넘을 때까지 대기

[내일의 전략]'한국축구 비극' 넘을 때까지 대기

홍찬선 기자
2004.10.11 17:01

[내일의 전략]'한국축구 비극' 넘을 때까지 대기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속담은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제격에 어울리지 않게 나댈 때 쓰인다. 이런 속담과 꼭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증시에선 업종 대표주가 상승하자 2,3위 그룹에 속해 있는 주식들도 덩달아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주가가 오를만한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단지 1위 기업의 주가가 오르자 2,3위 주식들이 뒤쫓아 덩달아 오르는 것을 증시 전문가들은 ‘질(質)이 좋지 않다’고 부른다.

이럴 때의 특징은 1위 기업의 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상승률이 둔화되는 2,3위 기업의 주가가 급하게 상승한다는 점이다. 1위 기업 주식을 사지 못한 투자자들이 2,3위 기업이라도 뒤늦지 않게 사기 위해 서둘러 가격을 올리면서까지 매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가 된 삼성전자, 중공업 해운주는 급등

11일 증시는 이런 ‘조급증’이 일부 종목에서 나타났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0.27포인트(0.03%) 떨어진 881.11에 마감됐다. 코스닥종합지수는 4.20포인트(1.14%) 오른 373.9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 미국 나스닥지수(-1.47%)와 다우지수(-0.69%)가 하락한 것에 비해선 상당히 선방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20만주의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41만3000주(1935억원)를 순매도해 1만원(2.10%) 떨어졌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POSCO(148억원)와 현대모비스(124억원) 등도 외국인 순매도 여파로 하락했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 1위인삼성중공업(136억원)은 9.78%나 상승했다.현대중공업(91.6억원)현대상선(86.6억원)SK케미칼(69.2억원) 등도 외국인 순매수를 뒷심으로 큰폭으로 상승했다.외국인 저PBR주 사냥에 나선다

한국 축구의 비극과 함께 하는 증시

2002 월드컵 때 한국이 16강에 오르고 4강까지 갔을 때 한반도 분위기는 대단했다.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들은 장내는 물론 장외에서 보내주는 국민들의 열띤 응원의 기를 받아 실력을 충분히 발휘했고, 결국 신화를 일궈냈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로 ‘4강 신화’는 신화가 아닌 당연히 돼야 했고 될 수 있었던 현실이었다. 4천만 국민이 한 가닥의 의심도 품지 않고 승리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한국 축구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지난 주말 청소년 축구가 아시아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2006년 베를린 월드컵 출전권을 따기 위해 레바논과 일전을 남겨두고 있는 국가대표팀은 초비상에 걸려 있다. FIFA 순위로 보면 우리가 이기는 게 당연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한국 축구가 불과 2년여만에 어떻게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가 되었을까. 신화를 썼던 ‘태극 전사’들이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 등에서 훨훨 날고 있는데 말이다. 정답은 ‘믿음과 자신감의 결여’다. 국민들이 국가대표 팀을 그전처럼 믿지 않고, 선수들도 4강신화의 단꿈에 젖어있는 사이에 몸과 정신력이 굳어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비슷하다. 주가가 가치에 비해 싸기 때문에 오를 게 확실하다고 믿는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는 동안 주가는 꾸준하게 올랐다. 한국 기관과 개인(특히 투자규모가 큰 큰손)들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 등을 내세우며 주식을 줄기차게 내다 팔았지만 주가는 외려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가의 추가 상승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은 말로는 여전히 한국 주식이 싸다고 하지만, 행동으로는 매도 우위로 돌아선지 오래다. 연기금과 상장회사, 그리고 적립식펀드 등에서 주식을 사고 있지만 다른 기관과 개인들은 여전히 주가 상승을 믿지 못하고 있다. 주가 상승을 이끄는 강력한 힘과 리더가 없으니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주춤 주춤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분간 증시는 쉴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김정태 국민은행장 평가는 브로커 맘

한국 증시 어떻게 될까? 일본 경제-증시에 물어봐!

‘11일 증시가 갈 길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은 일본 증시가 쉬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가 상승과 하락 중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를 알려면 일본 경제와 일본 증시를 봐야 한다는 분석이 강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주식비중을 늘릴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일본 경제와 일본 증시”라며 “일본 증시와 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앞으로 한국 증시 앞날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미국 경제와 일본 경제 상황을 대표하는 고용지표(미국)와 기계수주(일본)가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게 발표돼 당분가 주가가 강하게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 경기 둔화가 1990년대 보여준 3차례의 하강국면과 다를 가능성이 높아 주가는 큰폭으로 하락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와 일본 경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외국인이 이날 2279억원 순매도하는 것등을 감안할 때 증시는 당분간 쉬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1일 34포인트 급등하면서 일봉 그래프에서 ‘아일랜드 갭’이 발생했는데, 이번 조정을 거치면서 그 갭을 메우는 과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이동평균이 855.43에 걸려 있어 이 정도까지의 조정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매도-매수 자제, 큰 장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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