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내일의 전략]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신수영 기자
2004.10.12 18:20

[내일의 전략]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더 좋은 말이 생각나지 않아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을 빌린다. 지금 시장은 악재의 '종합선물세트'다. 고유가에 미 증시 하락, 그리고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매도가 겹쳤다. 무엇보다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쁠까봐 시장은 전전긍긍이다.

12일 종합지수가 890에 안착하지 못하고 며칠 조정을 보이다가 급락했다. 장종가는 전날보다 23.02포인트(2.61%) 내린 858.09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4.83포인트(1.29%) 내리며 369.11로 마감했다. 하락률로 보면 프로그램 영향이 있는 거래소 낙폭이 컸다.

외국인이 선물에서 대규모 매도를 했고, 베이시스 급락과 차익잔고로 이어지면서 수급의 한축이 무너졌다. 또 한축인 외국인도 현물을 3일째 매도했다. 전날 2280억원을 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163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수급으로 올랐던 장이 수급으로 내렸는데, 이면에는 반영되지 않던 악재들이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느낌이다.

외국인 매도는 전기전자 업종으로 집중됐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20위를 보면,삼성전자가 단연 1위로 1849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어삼성SDI(283억원) LG전자(14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우선주와 LG필립스, 삼성전기, 하이닉스 등도 10위권에 들었다. 전날 외국인 매도 1위도 삼성전자였다. 4일째 삼성전자를 매도하고 있어 마음에 걸린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LG필립스LCD 하락이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의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지수 상승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도는 물론 실적발표시즌을 맞은 단기 차익실현이나 숨고르기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날 하락으로 수급이 어느만큼은 훼손됐음을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9월 하순경 저점을 찍고 전날까지 4000억원 이상 증가했던 매수차익잔고가 단번에 풀렸다. 전날기준으로 매수차익잔고는 9502억원을 기록해 5개월만에 9000억원을 넘었으나, 이날 약 2300억원 가량의 차익매도거래가 일어나면서 7000억원대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수차익잔고가 지난번 고점을 감안할때 1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1조원을 넘기 어려우며 따라서 수급상 프로그램 매수로 인한 상승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있다. 두번째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프로그램 매수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가 앞으로 더 이어지게 될 경우 상승추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비관도 가능하다.

<>수급거품 걷힌 뒤에..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10월말까지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라면 당분간 주식을 쉴 것을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펀더멘털을 감안해 시장을 좋지 않게 보고 있는데 유동성으로 인해 지수가 예상외로 오르니까 수급거품이 걷힐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이다. 그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끝나고 3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예상치와 실제치, 그리고 이에대한 시장의 반응을 본 뒤 다시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요즘의 지수상승에 대해 기업실적이나 세계경기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수급만으로 오른 장으로 평가하는 약세론자의 입장을 말해주고 있다. 문제는 4분기가 아니라 내년 1분기까지 기업실적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필호 신흥증권 부장은 "기업실적과 실물경기가 지수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유동성만으로 올랐다는 점에서 불안한 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보고 외국인 동향을 확인한 다음에 매수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는 "나스닥 지수는 1900~2000선 사이에 두꺼운 매물대가 있어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강한 어닝 모멘텀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시장에서 내년 1분기까지는 실적이 계속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미국 경기지표도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늦게 회복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2000선을 돌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 900선까지 상승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6개월 정도 지수는 800~900 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굳이 주식을 사야겠다면 방어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SK텔레콤이나 KT,가스공사등 배당수익률이 좋은 주식들이나 알짜 자산주가 괜찮다는 설명. 이같은 종목은 모두 시장을 언더퍼폼했던, 중국관련주나 IT주와는 반대편에 있는 방어주들로 한마디로 '도망가는 매매'를 하라는 권유다. (이날 시장에서S-Oil범양건영KT&G등 고배당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강세론자들은 외국인 매도가 삼성전자에만 치중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외국인매도에 대해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날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595억원으로 거래소 총 매도규모 1638억원보다 많다. 삼성전자 한종목에 대한 매도규모만 1800억원에 달한다.

그보다는 적립식 상품의 확신이나 지수 하락시 저점매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기금의 역할 등 수급상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대체로 지수가 3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나 연말께 다시 올라서 내년 상반기 한차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높으면 1200도 타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정석 세종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문제이긴 한데 예상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경기선행지수 기준으로 경기 저점이 나오면서 국내 경제에 순기능을 할 것"이라며 "내수 회복과 수출 둔화우려 해소가 맞물리며 상승 모멘텀이 주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도 적고, 미국 경기 둔화도 심각하지는 않다고 한다. 내수 회복이 더디고 있으나 내년 상반기에는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고, 때맞춰 수출쪽에서 모멘텀이 나오며 지수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게 강세론자들의 기대다. 그래도 당장 주식은 사기 어려워 보인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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