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장의 기자회견

[기자수첩] 은행장의 기자회견

김진형 기자
2004.11.02 12:06

[기자수첩] 은행장의 기자회견

1일 오전 9시30분 여의도국민은행본점 13층 대회의실. 수십대의 카메라 플래쉬와 40여명 기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강정원 신임 국민은행장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들의 질문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강 행장의 답변은 왠지 시원스럽지 않았다. 국민은행이 2년전부터 강조해온 '멀티스페셜리스트전략'의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담당 부행장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국민은행의 은행장추천위원회가 상설조직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강 행장은 여러 질문에 대해 급조된 듯한 답변을 했고 "앞으로 업무파악을 해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일부 기자들은 "도대체 행장으로 내정된 이후 지금까지 뭐한 거야"라는 비판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강 행장은 행장에 내정된 지난달 8일 이후 23일동안 은행 임직원들과의 전혀 접촉을 하지 않았다. 비서팀장을 통해 은행 현황에 대해 서면보고만 받았다.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되지도 않았고 아직 공식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 임직원들을 만나서 인수인계 작업을 하는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양새를 놓고 입방아를 찧는 참새들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준비되지 않음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행추위가 행장 후보로 추천할 때는 이미 정부 관계, 주주 동의 여부 등을 모두 검토해서 결정한다. 사실상 주총은 요식행위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은행 업무를 세밀하게 파악해 취임과 동시에 실질적인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게 중요하다. 김정태 행장이 강 행장 내정 직후 해외 출장을 떠난 것은 강 행장이 마음 편하게 인수인계 작업을 하도록 자리를 비워준 배려의 의미도 있었다.

물론 이제 취임식을 갖은 행장이 모든 업무파악을 아직 못했다는 비판이 지나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은행의 현실은 강 행장의 업무파악에 넉넉한 시간을 할애해 줄만한 상황이 아니다. 강 행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국민은행은 통합 이후 최대의 위기의 직면'해 있고 경쟁은행들은 '은행들의 전쟁'에서 국민은행의 코밑까지 추격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 '시간'은 강 행장과 국민은행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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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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