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주봉 赤三兵 출현..대세상승 신호?
요즘 새벽 6시쯤이 가장 어둡다. 밤이 시작된 지 12시간가량 돼 곧 날이 밝겠다고 생각되지만 아직도 해가 뜨려면 1시간 정도가 더 남아 있다. 시계가 없을 때 그 1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질지 모른다. 저녁 6시도 캄캄하다. 낮의 환함에 익숙해 있던 눈이 갑자기 찾아온 어스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순간이기 때문에 더 어둡게 느껴진다.
요즘 증시가 가리키는 시간은 새벽 6시일까, 아니면 저녁 6시일까? 주어진 현실은 하나(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꼭 하나라고 하기에도 부담스럽지만)지만, 그것에 바탕을 둔 해석과 전망은 사람마다 다르다. 새벽 6시로 확신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녁 6시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누가 옳을까?
프로그램 4643억원 순매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엇갈린다
한 증권사 선물?옵션 분석가는 “요즘 같아서는 못해먹겠다”고 하소연한다. 가격이 상식적인 분석에서 떨어져 엿장수 마음(수급)대로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사후적으로나마 설명할 것인데,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설명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12일 종합주가지수를 15.41(1.79%) 끌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한 프로그램 매수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새벽 6시로 보는 사람의 해석은 긍정적이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선물로 운용하던 인덱스펀드들이 연말 배당을 앞두고 선물에서 현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매수가 급증했다”며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풀리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도 “선물을 현물로 바꾸는 인덱스펀드와 현-선물 차익거래 투자자들이 배당을 앞두고 주식을 살 규모가 2조~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프로그램 매수가 앞으로 장을 떠받치는 주요 수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는 “프로그램 매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은 향후 증시에 부담이 되었다는 게 역사의 경험이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망하며 교체매매에 주력..“팔지만 않아도 호재다?”
최근 외국인의 행보가 수상쩍다. 미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상승하고 있는데도 한국에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5918억원어치 사고 5470억원어치 팔아 448억원 순매수였다. 하루 매매규모로 볼 때는 활발한 거래를 했지만 교체매매에 주력하고 있을 뿐이며 매수와 매도의 방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27일부터 이날까지 순매수 규모가 215억원에 불과한데서도 잘 나타난다. 반면 이 기간 중에 외국인은 6조373억원어치 팔고 6조588억원어치 사 매매는 비교적 활발했다. 10월8일부터 10월26일까지 13일 동안 1조8727억원어치 순매도한 것과 비교할 때 대규모 순매도를 멈췄다. 하지만 철저하게 관망하면서 이익이 난 종목은 차익실현하고 아직 오르지 못한 종목은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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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담당임원은 “대만의 MSCI 비중이 높아지는 11월말까지 외국인은 대만 비중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12월은 휴가철이어서 연말까지 외국인의 적극적 매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채원 상무는 “원/달러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의 이익률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수출과 경기에 민감한 대형우량주를 적극적으로 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경민 사장은 “외국인이 종합주가지수 900 아래에선 대규모로 팔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이 사지 않더라도 팔지 않는다면 국내 기관들의 매수 등으로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외인 안 사도 오를까?
주봉 그래프에서 적삼봉 출현..대세 상승의 신호?
종합주가지수는 이번 주중에 15.99포인트(1.86%) 상승했다. 이에따라 3주 연속 주가가 상승해 주봉그래프에서 3번 연속 양봉이 나타나는 적삼봉(赤三棒)이 출현했다. 통상 주봉 그래프에서의 적삼병은 강한 주가 상승을 예고하는 적이 많았다.
특히 이번에는 2주 연속 음봉을 나타난 뒤 3주 연속 양봉을 나타내 추가상승의 기대를 낳고 있다. 2003년 9월 하순에 2주 연속 음봉이 나타난 뒤 10월들어 적삼병이 나타난 뒤 종합주가지수는 급등했다. 10월초 688.07에서 2004년 4월23일 939.52까지 251.45포인트(36.5%) 상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시와 2가지가 다르다. 주가 수준이 20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는 점과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때에도 적삼병이 나타난 다음주에는 소폭 하락했다. 다음주에는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심리가 나타나면서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변한 것은 없어 부담스럽다” vs “장기적 상승 염두에 두고 조정 때마다 매수”
이채원 상무는 “경기 사이클이 후퇴기일 때 주가가 대세상승한 적이 없었다”며 “지금 주식을 사기는 부담스럽다”고 지적한다. “경기 부진으로 성장이 이뤄지기보다는 지금까지 이루어온 이익과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주가가 올랐는데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김석규 대표도 “IT주가 반등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며 “주식을 사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경민 사장은 “외국인이 대규모로 팔지 않으면 중소형주와 대형우량주가 서로 바턴 터치를 하면서 주가 상승이 이어져 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며 “외국인 매매동향에 따라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승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당신은 새벽형인가 저녁형인가..아니면 전천후인가
미국의 대선과 금리인상, 한국의 금리인하 및 옵션만기일 등 그동안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던 불투명성이 해소됐다. 유가도 급락해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아라파트 사망으로 중동 문제도 불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뭉치의 악재가 해소됐지만 또 한 뭉치의 불확실성이 터져 증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라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남들이 나의 길을 알려주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때다. 스스로의 생활 패턴이 새벽형인지, 저녁형인지를 파악해 스스로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 아침 6시라고 믿으면 주식을 사는 것이고, 저녁 6시라고 생각하면 좀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정답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