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의 "달러 테러"

[기자수첩] 미국의 "달러 테러"

강기택 기자
2004.11.18 15:44

[기자수첩] 미국의 "달러 테러"

"역사적으로 비시장적 개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시아가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를 채택해야 한다", "강달러는 정책은 단지 정책일 뿐이다"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런던 왕립국제문제연구소에서 이같은 발언을 하자 시장은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해석했고, 이는 달러투매로 이어졌다. 엔화가 104엔대가 무너지고 유로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달러는 급락했다.

미국이 대외적으로 '강한 달러'를 표방하면서도 이처럼 달러약세를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쌍둥이 적자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과거에도 달러약세를 유도한 바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고-달러약세'를 이끌어냈으며 이후 2년 동안 달러화 가치는 30% 하락했고, 1991년에는 미국 경상수지가 소폭 흑자로 돌아서기도 하는 등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 경제적 환경은 당시와 다르다. 플라자 합의 당시 미국,유럽, 일본 등은 냉전시대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던 반면 지금은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미국과 프랑스, 독일 간의 갈등에서 보듯 국제정치의 지형도가 훨씬 복잡해져 있다.

또 달러화 약세를 엔화와 마르크화가 받쳐줄 수 있었던 반면 지금은 달러약세를 엔화와 유로화가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미국의 무역적자도 플라자합의 시점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는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달러 약세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 등을 개선, 미국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달러는 다시 강세를 띄고, 외국의 대미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날 스노의 발언도 다른 나라의 상황이 어떻든 일단 미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약달러로 갈테니 알아서 하라는 최후통첩과 같은 것이다.

결국 미국국채 등 달러표시자산을 사들여 미국의 경상적자분을 메꿔주며 자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억제해왔던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통화절상으로 인해 수출경쟁력 저하는 물론 보유중인 달러자산의 가치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등 이중고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전세계를 향해 '달러 테러'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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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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