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후폭풍은 없다
선물옵션 만기일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등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들은 사라졌다. 막판에 외국인이 현물을 대량 매도, 여진을 남긴 정도다.
거래소 시장은 9일 장막판 프로그램 매물 출회와 외국인의 대량 현물 순매도로 반등 하루 만에 급락했다. 그러나 연기금이 현물을 순매수함에 따라 추가 하락을 막아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0.43포인트 내린 861.31로 장을 마쳤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을지, 복구만이 남아있을지가 관건이다.
만기와 금리 동결이 남긴 것들
만기는...이날 세마녀(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의 심술은 막판에 연출됐다. 외국인이 마감동시호가에서 3500억원정도를 순매도해 지수 급락 조짐이 드러났다. 외인은 이날 하루동안 4454억원 어치를 내다팔면서 14일 연속 순매도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연기금이 외인의 매도 물량을 3371억원 어치나 소화해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줬다. 프로그램 매매는 2819억원 매도우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직.간접투자 자금 포함)은 연말 배당을 노리고 차익거래와 현물시자에서 매수에 나섰고 외국인은 이를 이용해 주식을 내다판 것. 국민연금 관계자는 "연말 배당을 노리고 백워데이션 상태에서도 현물을 산 것"이라며 "앞으로 연말까지 차익거래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변수였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콜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자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던 은행 건설 등의 내수관련 업종들이 타격을 입었다. 이날 은행업종과 건설업종은 각각 1.13%, 2.58% 하락했다.
금리 동결의 의미
한은은 내년 경제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내년 국내 성장률은 4.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올해 4/4분기 성장률은 3.5%로 하락해 올해 연간 성장률도 당초 전망치인 5.2%에서 4.7%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소비가 제대로 살아나기 힘들어 내년 성장률은 올보다 더 떨어질 것"이며 "올해 20%이상 급증한 수출도 내년에는 한자릿수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경기는 당분간 L자형을 보일 것이나 하반기부터는 지금의 하강세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3.4%로 떨어지고 하반기 성장률은 4.4%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만기 이후... 폭풍 <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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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위칭데이와 금통위 등 단기 변수들은 지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연말까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내년 1분기 중 금리 인하 기대
이날 금통의 결정을 지켜본 증시 전문가들은 추가 인하를 기대했던 만큼 투자심리는 일시적으로 위축될 것이지만 금리 동결 결정에 따른 영향은 적을 것이며 부정적인 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오히려 내년 1/4분기 중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을 부각시켰다.
실제 이날 증시의 급락은 금리 동결 결정보다는 만기일 효과의 영향이 컸다. 금리 동결이 주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건설 은행 등 내수관련 업종들은 상승 촉매제 소멸로 인해 추가 상승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증시는 박스권
연말까지 누군가(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의 심술은 이날 세마녀의 효과를 끝으로 실력을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물론 원/달러 환율이 급락할 경우에는 달라지겠지만)
국내 증시는 만기일 이후부터 연말까지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한 채 850~890선에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매수 주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연말 배당을 노린 프로그램 매수세만이 증시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의 (박스권 등락)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다시 소폭 하락한 만큼 환율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박스권 등락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현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이날 2600억원 정도 출회됨에 따라 7000억원대로 낮아져 프로그램 추가 매수 여력은 한층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외인매도, 멈추어다오
그러나 여전히 시장 관계자들의 머릿속에는 외국인의 매도가 찜찜하게 남아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14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자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이탈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선 (최소한 연말까지는) 외국인도 어쩔 도리가 없어보인다.
이 연구원은 "지난 6월 만기 때는 현물은 5500억원 순매도, 선물은 5700계약 정도 순매수했고 이후 이틀 연속 지수는 하락했었다"며 "이날 외국인이 현-선물을 동시에 매도해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수는 연말까지 크게 빠지지도 크게 오르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외국인이 계속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날 연기금이 물량을 받아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미 많은 주식을 내다판데다, 앞으로는 받아줄 매수 주체가 없기 때문에 대량 매도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처럼 매수 주체 부재 등으로 올 연말까지 프로그램 매매 의존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도업종이나 주도주가 부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 지수관련 대형주만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 여전히 중형주 중심의 종목장세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정도이다.
김 연구원은 "1개월 등의 단기로 시장을 보기는 어렵지만 움직일 수 있는 여력도 적다"며 "아예 중기 이상의 관점을 갖고 조정을 많이 받은 종목들을 저가에 사들이는 전략 정도가 가능하고 배당관련주나 환율관련주는 가격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