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벌'과 '글로벌 플레이어'

[기자수첩]'재벌'과 '글로벌 플레이어'

박재범 기자
2004.12.27 16:55

[기자수첩]'재벌'과 '글로벌 플레이어'

"세계 시장에 나가 싸워야 하는 대표선수의 발목을 잡는 게 현 정부의 정책이다"

'시장 개혁 3개년 로드맵'이 발표된 지난해말 나온 재계의 푸념이다. 그 푸념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를 기본틀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본 재계의 눈에 정부는 사기를 복돋우기는커녕 꺾는 집단으로 비쳐진다. 근저에는 과거와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 있고 스스로 변화했다는 자신감도 베여 있다.

그러나 구체성이 떨어진다. 합리성을 최고 선(善)으로 치는 경제에서 '나 달라졌으니 믿어달라'는 말을 받아들이라는 것부터가 일단 무리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총수의 친인척을 중심으로 분석해 내놓은 '재벌 소유 구조'. 논리를 전개한 형태만 다를 뿐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으며 계열사가 순환출자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결론은 그대로다.

'달라졌다'는 재계와 '달라진 게 없다'는 정부 사이의 공방은 끊이질 않는다. 그 사이 정작 그들이 외치는 '경제'는 뒷전이다. 경제의 3주체중 정부와 기업이 서로 으르렁거리는데 서민들의 삶이 괜찮을 리 있겠나.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는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도 '파워 프로그램'을 가동, 체질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월드컵 이후 우리 대표팀의 체질은 원점으로 회귀했다. 경험에서 터득한 교훈은 있지만 체질 변화는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거듭난 재계를 인정하지 않는 이는 없다. 그렇다고 그 노력이 2005년을 앞둔 재계가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도 매번 같은 방식을 강요해선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

우린 '글로벌 플레이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뛴다고 해서 다 '글로벌 플레이어'는 아니다. '글로벌 플레이어'는 그에 합당한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 '대표선수의 발목잡기'보다 '글로벌 플레이어' 만들기 차원에서 정부나 재계 모두 2004년을 돌이켜보고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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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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