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盧대통령의 '유럽 사랑'
노 대통령은 유럽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정치 사회 문화를 넘어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거의 동경의 수준이다.
때론 노 대통령의 '유럽 사랑'이 '반미(反美)'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탈냉전 시대에 세계 유일의 강국 미국에 맞서 가끔이나마 자존심을 세우는 게 고작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몇개국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사랑은 다른 이에 대한 증오로 읽힐 여지가 충분한 탓이다.
지난해 12월 첫 유럽 방문길. 프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유럽의 좋은 제도나 사고도 많이 받아들여서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좋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 전제는 "한국 경제가 너무 미국식 이론에 강한 영향을 받는 데 대해 약간 걱정하는 쪽"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유럽 사랑은 이번 독일 방문에서도 확인됐다. 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저녁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시장을 위해 인간이 있는게 아니라 인간을 위해 시장이 있는 것이니까 경쟁과 연대가 적당히 조화돼야 살기 좋은 나라"라며 독일을 거론했다. 유럽식 자본주의를 향한 한없는 구애다.
이는 개발독재시대의 성장주의, 외환위기 이후의 무차별적 경쟁주의에 대한 고민으로 들린다.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조차 안돼 있는 나라에서 '성장이니 분배니' 하는 유치찬란한 논쟁을 하기보다 '인간다운' 자본주의를 해보자는 소박한 의지기도 하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 스스로 그렇게 혐오하는 '미국식=성장, 유럽식=분배'의 도식화의 구도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성장과 분배의 양 날개로 날기 위해선 한쪽(미국식)으로 기울어진 것을 다른 한쪽(유럽식)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는 노 대통령의 '선순환론'과는 거리가 있다.
경험을 배우고 공유하는 것은 최고의 선(善)이다. 귀따갑게 들어온 '네덜란드식' '아일랜드식' 등도 배워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의 '워크 셰어링'도 공유하지 못하고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도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사랑은 자유지만 사랑이 꽉막힌 현실을 뚫어주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