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외계인과의 무역
지난 1997년 어느 조사기관이 전세계 국가들의 96년 연간 수출액와 수입액을 모두 합쳐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모든 국가들의 수입액이 모든 국가들의 수출액보다 980억달러나 많았던 것. 이는 최근 기준으로 미국의 월간 총 수출액과 맞먹는 규모로, 현재 환율 기준으로는 무려 100조원에 이른다. 한 나라의 수출은 다른 나라의 수입이니 상식적으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의 수출액의 합과 수입액의 합은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만약 영화 <맨인블랙>의 '요원 J'(윌 스미스)나 <컨스피러시>의 주인공 '제리 플레처'(멜 깁슨)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뭐라고 했을까? "이것은 분명 지구상의 어느 나라가 외계인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전략 무기를 수입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았을까.
메릴린치의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개리 실링(Gary Shilling) 개리실링앤컴퍼니 대표는 전세계 국가들의 총 수입액이 총 수출액보다 많은 것은 미국이 수출액을 과소계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링 대표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미국은 수출액의 10% 이상을 통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미국이 주로 수출하는 서비스 부문은 무역통계에서 40% 정도가 누락된다"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의 본사-해외법인 간 거래도 미국의 무역통계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과장된 것으로 이 가운데 1/3이 기업의 내부거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데 멕시코에서 조립된 자동차를 수출하는 자동차 업체나 인도의 콜센터를 이용하는 은행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시키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주주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월간 무역수지 적자가 또다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상무성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무역적자 규모는 전월보다 4.3% 불어난 610억달러로 집계됐다. 2월 수출액은 0.1% 증가한 1005억달러로 역시 사상최대 규모였지만, 수입액 역시 1.6% 늘어난 1615억달러로 사상최대치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강세를 이어갔다. 전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4% 떨어진 1.29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사상최대 무역수지 적자' 정도는 시장이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것.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상당부분이 통계적 오류로 빚어졌다는 지적에서 보듯, 지금 시장은 적자 규모 자체를 중심에 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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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달러약세와 경상수지 적자 문제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소비구조와 산업구조에 따른 것으로, 무역수지 적자 확대라는 사실 자체가 달러화를 약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달러화 강세가 연장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드지 않는 것은 소비가 줄어들지 않고, 국제 원자재값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 2~3년간 약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도 약달러 정책에 대해 재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통해 달러화 강세를 유도, 이를 통해 유동성을 빨아들여 국제 원자재값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푸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올 연말까지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미국의 금리인상 조치와 이에 따른 일시적인 달러자산 선호현상을 고려할 때 앞으로 6개월 정도는 달러화 강세가 유지될 수도 있다"며 "엔/달러 환율 기준으로 110엔 정도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무는 "미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계적으로 금융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며 "당분간 위험을 염두해두고 주식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안감과 기업실적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48포인트(0.05%) 내린 981.31로 장을 마쳤다. 장중 등락폭이 10포인트가 채 안되는 좁은 횡보세를 보인 가운데 거래대금은 1조8588억원으로 3일째 2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이는 거래대금이 4조원에 달했던 지난 3월초와 비교할 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외국인은 이날 40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3월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셜(MSCI) 대만 비중조정과 관련한 자금 이동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개인이 113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225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장득수 태광투자신탁운용 자산운용본부장(상무)은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 있는데, 연초에 강했던 기대감이 최근 가라앉으면서 다소 불안해하는 모습"이라며 "기업들의 1/4분기 실적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조심스럽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SCI 비중조정 효과
내달말 MSCI 대만 비중조정과 관련한 자금 이동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증시전문가들은 MSCI 대만 비중 조정으로 인해 앞으로 국내에서 최대 10억달러 정도의 자금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동원증권에 따르면 내달 말 대만 MSCI 비중이 현 75%에서 100%로 상향조정되기에 앞서 대만과 한국내 펀드들의 자금이동이 시작됐으며, 앞으로 대만에선 7억달러가 순유입되고 한국에선 최대 1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1월30일 MSCI 대만 비중조절에 따른 실제 자금 이동은 50일 전부터 진행됐다. 당시 대만으로 유입된 자금은 35억달러, 한국에서 유출된 자금 규모는 약 20억달러 정도로 추정됐으며, 대만 시장 전략가들은 지난해 11월 30일 MSCI 투자비중 상향 조정 당시와 비슷한 규모의 자금이 대만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내달 말 또 한 차례 대만 MSCI 비중 조절을 앞두고 한국과 대만내 글로벌 자금 이동은 이미 시작됐으며, 한국에서의 순유출 규모는 최대 10억달러로 추정됐다.
그러나 자금 유출이 이뤄지더라도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중 조정 과정이 막바지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수급은 타 펀드들의 동향 및 미 금리 인상 등의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번 비중조정 때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한 대만 TWI 수익률은 -4.2%로 저조했으나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였던 종합주가지수는 -0.4%에 그쳤던 경험이 있다.
장재익 동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의 외국인 매수 강도를 보면 비중 조정 과정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진행돼 왔으며 최근 이머징 마켓에서의 자금 유출 국면에서 도 한국과 대만의 순매도 규모 및 시기가 비슷해 비중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고 추정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김세중 연구원은 "대만증시의 비중상향 문제가 수급상의 압박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장기 추세의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심각한 악재는 아니다"라며 "인덱스펀드는 국내에서 10억달러 유출 요인이 생겼지만 다른 펀드 동향에 따라 전체 시장에 미치는 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