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23전 23승의 비결"

[내일의 전략]"23전 23승의 비결"

이상배 기자
2005.04.18 18:19

[내일의 전략]"23전 23승의 비결"

1905년 5월. 동해로 진입하던 러시아 발틱함대가 일본 연합함대와 마주쳤다. 당시 일본 해군은 '-'자 진형을 펼쳐 러시아 함대의 전함을 하나씩 일점사하는 전술로 자신들보다 3배나 많은 러시아 함대를 격퇴했다. 이 전투를 기점으로 일본은 동해 제해권을 손에 넣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세계 5대해전 가운데 하나인 '쓰시마 해전'이다. 쓰시마 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일본 측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은 일본에서 '군신'으로까지 추앙받게 된다.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돌아간 뒤 축하연에서 도고 제독은 자신과 이순신 장군을 비교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도고 제독은 "이순신 장군에 비하면 나는 일개 하사관에 불과하다. 만일 이순신 장군이 나의 함대를 가지고 있었다면 세계의 바다를 제패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이 일본을 상대로 세웠던 '23전 23승'이라는 기록은 세계 해전사에서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당시 이순신 장군이 무패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군사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은 "이순신 장군은 이기는 싸움만 했다"는 것이다. '다음'이 없었던 그에게는 병사들과 함께 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한 것 역시 조정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지는 싸움'을 피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이 '이기는 싸움'을 여부를 가려낼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정찰' 덕분이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각종 사료와 책들을 살펴보면 이순신 장군이 정찰에 유난히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1997년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유저들은 '하수'와 '중수'의 차이를 정찰에서 찾는다. 중수의 수준에 오른 게이머들은 꾸준히 자신의 일꾼이나 군사를 희생시키면서도 상대방의 전략을 탐색하는 반면 하수들은 비용이 아까워 정찰을 주저하다 뒤통수를 맞는다는 것.

포커에서 고수들이 처음에 돈을 잃어가면서까지 '레이스'를 따라가는 이유도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탐색비용'(Searching cost)을 아끼지 않고 기꺼이 지불하는 것도 '이기는 법' 가운데 하나다.

1000포인트에 바짝 다가섰던 종합주가지수가 단 6일만에 920선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반등을 확신할 수 없다면 바닥을 확인한 뒤 들어가도 늦지 않다.

바닥에서 사지 못해 수익률이 줄어든다면 그만큼을 '탐색비용'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 살아남는게 중요하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2.22포인트(2.35%) 떨어진 925.00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5일선이 60일선을 하향 돌파하는 중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지난 주말 삼성전자가 실망스러운 1/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어닝 기대감이 약해진 가운데 미국 증시마저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은 이날 43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도 450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858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장득수 태광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시장 분위기가 어두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일단은 새로운 모멘텀을 기다리면서 4월을 무사히 넘기고 살아남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태욱 현대증권 상무는 "유동성 위축 문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큰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며 "5월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하반기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기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은 "기관들의 자신감이 약해지면서 매수가 공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조정폭을 최대 80포인트까지 잡고 있는데, 실제로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기간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최근 미국 경기회복의 지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경기회복 추세가 꺽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동안 기대감이 너무 앞섰다는 점을 고려할 때 900 안팎이 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미국 투심도 변했다

상승 일로를 달리던 미국 증시가 2주전 꺾인 뒤로는 좀처럼 기운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의 침체 이면에는 기업 실적 부진과 소비 적신호,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 등 실타래처럼 얽힌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증시 전문가는 이같은 복합적인 요인이 버티고 있는 만큼 미국 증시가 랠리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랠리가 꺾이기 전 투자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리스크를 떠안는데 적극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국제 유가를 포함해 거시 지표들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자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냉각됐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선진 7개국(G7)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하나같이 고유가와 이로 인한 세계 경제성장 불균형을 우려했다. 또 환율 급등락과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2주 동안 국제 유가가 내림세를 보이며 배럴당 50달러선으로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유가 하락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급속하게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점이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점도 증시에는 악재다. 연방기금 금리를 상승 사이클을 타고 있고, 민간 소비 둔화는 미국 뿐 아니라 이머징 마켓에도 하락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미국발 충격, 매수 실종

이같은 총체적인 거시경제 요인으로 투자자들은 향후 성장이나 증시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다고 전문가는 해석했다. 뮤추얼펀드 그룹인 리덱스 인베스트먼트의 스티븐 삭스 이사는 "월가의 분위기가 분명히 바뀌었다"며 "고유가와 기업 실적을 포함해 너무 많은 악재가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지수 900 아래에 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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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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