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물쩍 세무조사 안된다

[기자수첩]어물쩍 세무조사 안된다

채원배 기자
2005.04.21 12:27

[기자수첩]어물쩍 세무조사 안된다

"살살 좀 다뤄요" 국세청이 론스타 등 외국계펀드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본지의 첫 보도이후 경제부처 한 관리가 보인 반응이다.

그의 말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한 정부 입장의 일단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세무조사는 정당한 것이지만 자칫 외국인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지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외국계 펀드와 외신들은 이번 세무조사를 외국인에 대한 차별 대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한덕수 경제 부총리는 최근 정례브리핑과 국회 재경위 답변에서 세무조사의 의미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외국계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극히 당연한 세무행정이지만 외국계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며 세무검증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경제수장이 이처럼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번 조사가 미칠 파장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지향하는 선진통상국가와 이번 세무조사가 배치되는 것은 아니냐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고려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한 세무조사에 대해 외국인들을 너무 의식해 일부러 조심스럽게 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세무조사의 정당성을 외국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조세피난처를 악용한 사례에 대해 엄단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 머빈 데이비스 회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세청의 해외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가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를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자본은 약탈적 투기꾼으로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사회, 경제의 마당에서 함께 호흡할 동반자다.

그러나 외환위기후 우리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폐해를 수 없이 봐왔다. 따라서 외국자본과 공존하면서도 비정상적인 행위를 견제할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세무조사는 넓은 의미에서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다.

외국계 펀드에 대한 조사가 시장에 일부 충격을 줄 수도 있지만 이는 감내해야 한다. '알면서도 어물쩡 넘어가는 식'의 접근은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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