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PEF 징계의 딜레마
"정말 고뇌하고 있다."
지난 22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우리은행 PEF(사모투자펀드)가 우방건설 인수에 참여하면서 수익률을 보장받은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위원장이 말한 '고뇌'는 금감원이 법 위반을 찾아내고도 이를 징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징계를 해서 PEF 활성화가 어려워진다면 이는 정책실패가 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아직 우리은행 PEF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PEF는 '에쿼티(Equity)'에 포인트가 있는만큼 수익률을 보장받은 것은 PEF 취지와 거리가 있다"며 "당장 급해서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좀 더 먼 장래를 보고 규율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PEF를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사례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벌백계보다는 PEF의 도입 취지에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PEF는 국내의 척박한 금융자본을 활성화시켜 보자는 의도에서 도입됐다. 이제 겨우 5개의 PEF가 등록됐고 그나마 투자를 실행한 곳은 우리은행 PEF가 유일하다. 우리은행 PEF는 우리나라 PEF의 첫 걸음마인 셈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PEF는 바이아웃(경영권인수)펀드로만 허용돼 있다. 결국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여 높은 값에 되팔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 하는데 대상 기업이 많지 않다. 상당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값이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윤 위원장의 말처럼 PEF는 '에쿼티(Equity)'에 포인트가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프라이빗(Private)'에도 무게가 있다. 외국의 PEF가 활성화된 배경에는 이 '프라이빗'이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투자자나 계약내용 등이 철저하게 비공개이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이다. PEF를 '사적(Private)'이 아닌 '공공(Public)'의 영역으로 끌어내 계약내용을 모두 발가벗기는 것이 PEF의 취지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명백한 위법은 징계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도 인정하는 것처럼 우리은행 PEF가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면 PEF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 막 막을 올린 PEF는 많은 실험이 필요한 분야다. 추진과정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모범 투자사례를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투자자를 위해 다방면으로 가지를 뻗어야 하는 곳이다.
독자들의 PICK!
이제 한걸음을 뗀 어린 아이에게 너무 호된 회초리질을 하면 아이는 '걷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잘못은 바로잡되 정책의도는 훼손시키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