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보선과 당·청(黨靑)분리
'여당의 참패'로 끝난 4.30 재보선. 4.15 총선 후 1년만에 '여대야소(與大野小)'가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뀌었건만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선거 뒤 단골 메뉴인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식의 형식적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논평할 것이 없고 논평하는 것이 맞지도 않다"(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며 애써 청와대와 재보선 결과의 연계를 경계했다.
그 이유로 당·청 분리 원칙을 내세웠다. 과거와 달리 청와대와 대통령이 당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청와대는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매번 이 논리로 대응해 왔다.
물론 대통령이 당을 지배했던 과거의 악습과 비교할 때 '개혁'임에 분명하다. 청와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당정간 대등한 위치에서 정책을 조율하도록 한 시스템은 참여정부가 자랑할 만한 성과다.
그런데 때론 당·정분리, 당·청분리가 책임 전가를 위한 비책으로 사용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은 문제다. 여야가 총력전을 편 선거에 대해 청와대가 함구하는 것 자체가 좋은 예다.
1년전 4.15총선 후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국민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두려운 마음으로 국민의 뜻을 소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논평을 냈던 것과도 비교된다.
총선과 재·보선의 차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대통령이 몸담은 여당이 치룬 선거에 대해 언급하는 게 당청 분리를 훼손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우려하는 것은 너무 소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래서인지 일각에선 당에 대한 선택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확연히 당청 분리를 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탄핵을 당했을 때는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반면 노 대통령의 지지도 50%를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참패했다는 것.
국민들은 1년전 과반 의석을 안겨줬던 여당에게서 의회 권력을 조용히 회수했는데 행정권력이 이를 애써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