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병상련'에서 '기세양난'까지
'동병상련(同病相憐)' '측은지심(惻隱之心)' '기세양난(其勢兩難)'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구속 수감된 지난 16일,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전경련 회장단의 속내를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이 아닌가 싶다.
이날 회의에 앞서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 때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분"으로 김 전 회장을 평가하며 "이런 점을 참작해 선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업인으로 이런저런 송사와 비판에 시달리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뒤이어 등장한 강신호 전경련 회장도 "나이도 많고 건강도 안 좋은데 잘 돌아오셨다"며 측은지심의 감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막상 회의 결과는 "지금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지켜볼 뿐"이라는 다소 맥빠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 때 전경련의 수장이자 한국 재계를 대표했던 김 전 회장의 힘든 모습에 가슴은 아프지만 앞장서서 구명운동을 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회의 막판 강 회장이 김 전 회장 이야기를 꺼내자 회장단이 '설왕설래' 술렁였으나 결국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공감 속에 곧 잠잠해졌다고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세양난의 입장이 들여다 보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기업 호감도는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국가 경제에 기여(39%)와 일자리 제공(29%)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자 주체이자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기업의 역할을 국민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인은 경제 속에서 제 역할을 다 할때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
정치와 결탁하거나 반대로 정치가 나서 기업을 맘대로 흔들었들 때 그 피해와 비난은 이미 역사 속에서 수 없이 봐왔다. 김 전 회장이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실패한 기업가'로 전락하기 까지 여러가지 평가가 오가는 것도 이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날 회의 후 만찬을 함께 한 이해찬 국무총리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확대를 당부했다. 이는 정치인의 백마디 말 보다 기업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기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더이상 경제 외적 이유로 고민해야하는 제2의 김우중이 나올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