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버린의 움직이는 사랑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한 이동통신사가 2000년에 내놓은 광고 카피다. 이 대사는 그해 최고의 유행어로 뽑히기도 했다. 또 이영애 류지태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모두 변심에 대한 말들이다. 변심을 당하면 으레 "왜?"라고 묻게 된다. 아마도 가장 씁쓸한 대답은 "난 처음부터 너에게 관심없었어!"가 아닐까?
소버린자산운용이 최근SK㈜에 대한 2년여 동안의 애정(?) 공세를 접고, 경영참여를 포기한다고 공시했다.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도 SK㈜에 대한 내용을 대부분 지워버렸다.
소버린은 그동안 '최태원 SK㈜ 회장 퇴진'을 줄기차게 외쳐왔다. 소버린은 경영참여 포기를 선언하기 불과 1주일 전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최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소버린은 "유죄 선고를 받은 최 회장이 SK㈜의 회장 자리에 있다는 것은 무척 우려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소버린은 지난해 SK㈜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교체를 시도했고, 올해 주총에서는 최 회장의 이사선임 저지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주총에서 패한 직후 소버린은 "한국은 범죄적 경영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표현도 서슴치 않으며 '지독한 사랑'을 표현했다. 동시에 "우리는 장기투자자로, 당분간 SK㈜ 지분을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순정도 강조해왔다.
그랬던 소버린이 갑작스레 마음을 바꿨다. 그러나 변심의 이유에 대해 소버린 측은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다. 소버린의 홍보대행사 측은 "공시한 내용까지만 밝힐 수 있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소버린이 SK㈜를 떠나기 위한 채비에 들어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소버린은 처음부터 SK㈜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주가를 끌어올리고 배당금을 늘리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의 말처럼 소버린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쇼를 벌였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래서 SK㈜ 뿐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이 한 외국계 사모펀드의 말 몇마디에 놀아난 것이라면... 너무 씁쓸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