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와 다음

[기자수첩] KT와 다음

전필수 기자
2005.06.29 09:53

[기자수첩] KT와 다음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로 3명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곧이 믿게 된다는 뜻이다. 즉, 거짓이라도 여러사람이 얘기하면 믿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 증시와 인터넷업계에서는 KT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파란닷컴을 출범하고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한 KT그룹이 3700만명이라는 회원을 자랑하는 다음을 인수, 경쟁자인 SK텔레콤을 단번에 따라잡으려 한다는 게 소문의 골자다.

소문은 한발 더 나아가 2주전부터 KT가 이를 위해 이재웅 다음 사장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지난주 초에는 양측이 최종 조건에 합의하고 22일 이를 공식발표 한다는 데까지 진전됐다. 22일 아무런 발표없이 넘어가면서 잠잠해지던 M&A 설은 27일 다시 한번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한 전문지가 이같은 내용을 기사화하자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순식간에 유포되며 이날 오전 다음의 주가를 한때 10% 가까이 끌어올린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 2주전 KT는 다음의 인수를 확정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KT는 차기 대표이사 선정을 위한 '사장추천위원회'가 한창이었고, 주말(18일)이 돼서야 남중수 KTF 사장을 차기 대표로 확정했다. 적게 잡아도 천억원 이상이 소요되고, 그룹의 차세대 사업에 대한 밑그림이 변할 수 있는 M&A건을 이런 시기에 확정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다음 입장에서도 라이코스 인수 등으로 부담이 크지만 현금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서둘러 매각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실제 양측은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M&A설은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부인했다. 당연히 주가 오름세는 큰 폭으로 꺾였다. 얼굴없는 호랑이를 만들어 냈던 '꾼'들은 이익을 봤겠지만 뒤늦게 소문을 듣고 뛰어들었다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증시는 호랑이도 모르게 호랑이를 만들어 내는 작전이 난무한 곳이다. 어느 때보다도 거짓 호랑이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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