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부드러운 준마' 신형 그랜져 'TG'

[시승기]'부드러운 준마' 신형 그랜져 'TG'

박준식 기자
2005.07.11 19:14

[시승기]'부드러운 준마' 신형 그랜져 'TG'

"좋은 차를 타면 운전도 절로 된다?"

운전기술을 두고 친구와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부잣집 아들이던 친구는 아버지의 수입차를 운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운전기술 무용론을 펼쳤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운전기술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좋은 차를 타면 운전도 잘할 수 있다는 요지였다.

운전에 취미를 붙이고 있던 부인할 수 없는 약간의 열등감과 반발심이 더해져 논리적으로 반박하려고 노력했지만 종래에는 다분히 감정적이 돼 있었다. 물론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원론에 가까운 주장을 언성 높여 고집했다.

신형 그랜져 'TG'가 출시됐다. 이 차는 개발 때부터 이슈가 됐다. 북미시장을 겨냥한 현대차의 야심작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북미가 어떤 곳인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수요처로 세계적인 브랜드가 명운을 건 대결을 펼치는 격전장이 바로 그곳 아닌가.

그러나 북미시장에서 현대차는 영화 ‘에린브로코비치’에서 소위 ‘찢어지게’ 가난한 주인공 줄리아로버츠가 마지못해 타고 다니던 저가차량의 이미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최근에는 싼타페 등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이 소비자들에게 중저가의 ‘괜찮은’ 모델로 인식돼 이미지 개선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TG는 현대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전환기적 모델이 될 만한 차임에 분명하다. 일명 깍두기 차였던 초기 모델부터 고수해온 ‘각’을 없앴다. 국내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의 이미지는 이어받았지만 중후함을 버리고 날렵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변신했다. 세계적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국내용이라는 안방호랑이에서 벗어나고자 성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날렵한 핸들링은 벤츠E클래스의 크기에 가까운 이 ‘기함’을 움직이는데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았다. 현대차가 자체기술로 개발한 3.3리터 람다엔진은 233마력의 힘으로 중형차의 주행을 경쾌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길이 트이자 엑셀을 부드럽게 두번 건드린뒤 힘껏 밟아봤다. 질주에 목말랐던 세련된 준마처럼 튀어나간다. 그러나 주인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부드러운 속도감이 느껴졌다. 적토마라기보다는 늘씬한 백마를 탄 느낌이다. 엔진의 반응이 느리다는 일부의 지적은 스포츠카가 아니기에 신경쓰이지 않았다.

주행속도가 빨라지자 코너링에 집중했다. 저속 주행에서 부드러운 핸들링은 고속에서는 헐거울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코너링 중에도 차체가 쏠리지 않았고 핸들링도 어렵지 않게 제어할 수 있었다. 국산차에서 느껴보지 못한 만든이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운전을 즐기느라 길을 잃었지만 터치스크린 방식의 네비게이션은 누구라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페달식 사이드브레이크와 스마트키를 비롯한 갖가지 편의사항들은 이미 수입차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었다. 북미에서도 한번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프리미엄 세단으로 이렇다할 개성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세계적 수준에 어느 정도 다다랐다면 브랜드가 가지는 고유한 이미지도 필요하다. 현대차는 이제 하이엔드의 마지막을 또다른 특별한 개성의 시작으로 승화해야만 한다. 그것은 차차 기대하면 될 것이다.

야심작이라 불릴만했다. 시승을 끝내면서 옛 친구에게 마음속으로 시인했다. “좋은 차는 역시 다르구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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