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5년반만에 보는 1040선
종합주가지수가 5년 6개월만에 1040선을 다시 밟았다. 우호적인 글로벌 경기 상황에 강해진 국내 증시 체력, 외국인 매수 등이 합작해 내놓은 결과다.
11일 코스피 시장에서 지수는 전날보다 18.48포인트(1.81%) 오른 1040.43로 장을 마쳤다.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소식과 뉴욕증시 급등에 1030선을 돌파한 뒤 삼성전자 등 주요 IT주들을 중심으로 기세를 몰아 1040선 위로 뛰어올랐다. 지수가 1040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00년 1월4일 (1059.04)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주가는 장중 1066선까지 치달았으나 다음날 IT 버블 붕괴와 함께 급락한 뒤 이 지수대를 회복하지 못했다.
코스닥 지수도 7.44포인트(1.43%) 오른 526.10으로 마감했다. 2003년 7월14일(531.20) 이후 2년만에 가장 높다.
대형주들이 중소형주 종목장세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고점을 빠르게 높였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삼성전자(+3.29%)하이닉스(+10.61%)현대차(0.16%) 등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이밖에 국민은행 POSCO 한국전력 등이 1~2% 올라 분위기를 주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시가총액 1,2위인 NHN(+1.74%)과 LG텔레콤(3.03%)이 큰 폭 올랐다.
2분기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 상승장을 지지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8일째 매수우위를 보인 가운데 하룻동안 약 1300억원(코스닥 포함)을 순매수했다. 특히 6700억원을 매도해 매도규모가 컸지만 매수규모도 7900억원으로 커 큰 폭 매도를 이겼다는 점에 점수가 가고 있다. 외국인 매수는 원/달러환율 상승세 전환과 실적 발표에 앞선 선취매,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시장 기준으로 국내투자자 중에서는 개인이 1837억원을 순매도했으나 기관은 투신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721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과 기관 모두 26억원과 37억원 매도우위.
시장이 지난 5월초 910선 안팎을 저점으로 반등한 뒤 지난주 런던 테러마저 무사히 극복하며 1000선에 안착했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 이날 장마감 후 발표한LG필립스LCD의 2분기 실적이 예상을 상회하고 있어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진 상황. LG필립스LCD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적자를 지속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29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예상에 비해 지나치게 빠른 상승 속도와 국제 유가, 더딘 국내 경기 회복, 2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평가 등이 과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반기 실적 기업 회복 및 국내외 유동성 등을 바탕으로 사상최고치(1138.75) 경신을 점치기도 한다. 최근 증시 상황을 보면 풍부한 유동성의 이면에 기업 수익과 금리, 환율, 1분기 경기가 바닥이라는 기대 등이 어우러지면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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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선 안착했나.."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지수가 1000선에 무사히 안착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상승추세라는 전제에서 본다면 1000선 안착은 했다고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증시는 이미 몇 가지 악재를 무사히 극복하면서 1000선에 대한 믿음을 높였다.
임정석 세종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00선 안착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지금 시장이 확실히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연초 중국 모멘텀 등이 상승근거로 제시되면서 소재주가 급등해 1000선 돌파를 한 차례 시도했고, 최근들어서는 중소형주들로 순환매가 유입되면서 1000선 재돌파에 나섰다.
이 가운데 적립식 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국내 수급이 튼튼해지는 계기가 됐고 외국인도 큰 폭 "셀 코리아"의 조짐을 보이지 않으며 투자심리 안정에 보탬이 됐다. 일례로 이들은 대만의 투자비중 상향조정이나삼성전자자사주 매입 등의 이슈에도 과거처럼 크게 매도하고 있지 않다.
과거와 기업 실적의 안정성이 높아졌고, 대형주의 유통물량이 퇴장했으며, 기업의 자사주 취득이나 배당 중시 등 주주 중심의 투자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임 팀장은 "수급이나 기업평가 등에 대한 평가가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많다"며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저금리로 간접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수급상 변동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변화나 가정들이 한순간에 급변하지 않는다면 1000선 안착은 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 측면에서의 확실한 회복 신호"라고 지적했다. 적립식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1000선을 넘어서면서 주춤하고 있으나 이 역시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만 견고해진다면 환매 압력 및 유입 둔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지표가 나쁘지 않고 수급 역시 긍정적"이라며 "시장이 과점적 구도에서 분점적 구도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중소형주와 국내수급이 지수를 1000선으로 끌어올리자 이번에는 대형주와 외국인이 나섰다는 설명.
그는 "지수가 910선에서 1040선까지 오는 과정에서 국내증시의 IT 의존도, 나아가 삼성전자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고 외국인 의존도도 감소하는 모습"이라며 "이쪽이 오르면 저쪽이 못 오른다는 블루칩과 중소형주간 배타적 관계가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불안한 요인들
지난 8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고용보도서에 따르면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14만6000명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 19만5000명에 크게 못 미쳤다. 실업률은 5.0%를 기록해 2001년 9월 이래 최저치였다. 다소 실망스러운 가운데 전반적인 회복 양상은 이어갔다는 평가다.
한편 5월 OECD 경기선행지수는 우려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기준 전월비 0.02% 하락했는데 낙폭이 제한됐고 전과 달리 주요 선진국간 탈동조화되는 흐름을 보여 3분기 중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 연구원은 "주가는 기본적으로 경기와 기업이익사이클 등이 바닥을 만들고 전환한다는 기대로 상승했다"며 "기업실적이 당장 2분기는 나쁘지만 그 다음에 좋아진다는 예상인데 그 속도가 가파르게 좋아지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달러환율의 경우에도 상승세가 추세인지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증시 방향이 상승이라는 점은 긍정하지만 반영되는 속도가 지나치게 긍정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