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테러의 본질, 에너지전쟁

[기자수첩]테러의 본질, 에너지전쟁

강기택 기자
2005.07.12 15:07

[기자수첩]테러의 본질, 에너지전쟁

뉴욕, 마드리드에 이어 런던도 당했다. 선진 8개국(G7+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려 경찰력이 스코틀랜드에 집중되고 올림픽 유치로 런던이 축제 분위기인 시점에 금융가인 씨티오브런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폭발사고는 정교하게 기획된 테러다.

아직 누가 어떤 의도로 이번 사고를 일으켰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자칭 알카에다 유럽의 비밀조직이 이라크 파병과 대량 학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행한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해 정황적인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영 등 이라크 파병국과 알카에다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무장 세력간의 갈등이 구체화된 것이 이번 테러의 주된 양상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또 무대만 바뀌어 로마, 시드니, 서울 등 파병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테러의 원인이 이라크 파병에 대한 응징이라고 보는 시각이 상당하지만 실은 에너지 전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나 영국의 파병, 후세인 시절 유전개발권을 따냈던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의 이라크전 반대는 석유를 놓고 벌인 일전이다.

인도네시아의 발리섬, 호주대사관 등지에서 호주인들을 대상으로 일어났던 테러 역시 핵심에는 석유가 놓여 있다. 호주의 강력한 개입으로 유전지대인 동티모르가 독립하면서 인도네시아가 유전개발권을 호주에게 빼앗긴 데 대한 반감이 테러의 기저에 깔려 있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테러는 '내 것'의 침탈에 대한 분노의 표시다. 거기에 종교,정치적인 이유와 잔혹한 살육의 기억까지 곁들여져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는 그 와중에 양측 민간인들이 무고하게 죽어가고 있고 더 이상 선악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 세계 경제의 미래는 앞으로도 불투명하고 에너지의 희소성은 점증할 것이다. 에너지를 둘러싼 충돌은 심화되고 테러는 일상 깊숙히 자리할 것이다.

이런 마당에 파병만 하고 있으면 혹은 철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일하고 위험하다. 실익 없는 명분과 논쟁을 피하고 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제적 경쟁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테러에 대한 고도의 대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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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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