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휴면예금 공익법인 왜?
12일 오전 은행연합회가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갑자기 발표했다. 휴면예금을 활용해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저소득층 지원사업에 적극 나서겠다는게 주요 내용이었다. 연내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곧바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 은행들이 잡수익으로 꿀꺽해온 휴면예금을 사회공헌활동에 쓰겠다니 좋은 일이다. 특히 그동안 담보도, 보증서줄 사람도 없어 은행대출 이용이 불가능했던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하겠다니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결과적으로 좋은 일 하겠다는 것이지만 이 결정의 자발성과 순수성이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휴면예금의 사회환원 방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특히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 등은 이미 휴면예금을 사회공익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 법률이 제정되면 은행들이 발표한 사회공익법인 설립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법률에 의해 강제적으로 휴면예금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휴면예금을 사회공익활동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의원들은 따로 설득하겠단다. 국회가 예정대로 법률 제정을 추진할 경우 설립 자체가 불가능한 계획을 일단 발표부터 한 셈이다. 왜일까. 강제적으로 휴면예금을 내놓느니 자체 공익법인을 설립해 어떻게든 은행들의 통제하에 두고 싶다는 미련 때문은 아닌지 묻고 싶다.
김현미 의원실 관계자는 "은행들이 앞으로 경영상황이 안좋아지면 공익법인에 출연키로 한 휴면예금을 조용히 활용할 수도 있다"며 "게다가 국회에서 법률제정이 추진되니까 부랴부랴 공익법인 설립을 발표한 은행들의 선의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같은 불신은 그동안 휴면예금을 부수입으로 생각하고 이의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던 은행들이 자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