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되면 여유롭게 잘 살 수 있을까…”
배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도 재래시장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소식이 잇따르자 지인들이 모이면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지금보다 소득이 5000달러 정도 더 늘면 생활형편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얘기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한다. “2만달러가 되더라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돼 형편이 나아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2만달러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다 보면 ‘수출 100억달러, 소득 1000달러=선진국’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은 사어(死語)가 된 보릿고개로 고통겪던 시절, ‘1980년대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가 돼 잘 살게 된다’는 얘기를 세뇌될 정도로 들었다. 1990년대는 ‘1만달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이 슬로건이 됐다.
하지만 100억달러와 1000달러 및 1만달러를 ‘조기’에 달성했지만 아직 선진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생활형편이 나아지긴 했지만 삶의 질이 정말 좋아졌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과도한 일반화’일 수는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생활형편이 나빠졌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해 1.17명(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적어도 2명은 나아야 현재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데 1.17명밖에 낳지 않으면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려운 삶을 대물림하기 싫다’는 심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년실업과 조기퇴직 등으로 돈벌이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데도 사교육비와 아파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니 아이를 2~3명 낳아 기르자면 가난밖에 물려줄 게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늘보다 내일이, 나보다 자녀들이 더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산이 10억원이나 되는 사람들도 가난하다고 여길 정도로 ‘고비용 구조’가 정착된 한국에서 월급 300만~400만원 받는 중산층이 어떻게 밝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자포자기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는 뜻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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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힘은 사람에 달려 있다. 국력이 센 나라는 사람이 많고(量) 다양한 인재(質)를 확보하고 있다. 사람 수를 결정짓는 것은 출산율과 이민이고 인재를 키우는 것은 좋은 교육 시스템이다. 발전하는 나라는 인구가 늘어나고 인재도 지속적으로 배출한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인구가 줄고 인재도 키우지 못하고 있다. 평준화 교육으로 창의력 있는 인재보다는 팔방미인이 돼야 하는 모범생을 양산하는 실정이다. 교실이 붕괴되고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자 대안학교가 줄줄이 설립되고, 해외로 유학가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장자』의 산수(山水)편에 ‘당랑포선 황작재후(螳螂捕蟬 黃雀在後)’라는 말이 나온다. “사마귀는 눈앞에 있는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온정신이 팔려, 뒤에서 참새가 자기를 노리는 것을 모른다”는 뜻이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 보면 보다 큰 것을 놓쳐 하고자 하는 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만 매달려 2만달러를 만들어내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지 않으면 2만달러가 돼도 형편은 나아지지 못할 것이다. 1000달러와 1만달러를 달성한 뒤에 큰 위기를 치렀던 것처럼 2만달러가 된 뒤에도 한차례 홍역을 치를 수도 있다. 근시안적인 사마귀의 편협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2만달러는 아무런 뜻이 없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