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100달러짜리 지폐를 300달러 넘게 주고 산다면, 그것도 수재로 꼽히는 하버드대 학생들이 치밀한 계산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 대학 경영대학원의 막스 배저만 교수는 수업중 600차례 넘게 100달러짜리를 놓고 경매를 벌였으나 낙찰가가 100달러 밑에서 결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방식은 최고가를 제시한 낙찰자에게 경매물건인 100달러짜리 지폐를 주고, 두번째로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는 그 금액(비드)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100달러 이상을 써내면 손해가 된다. 하지만 2위 입찰자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가격을 높이면서 매번 상식 밖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막스 교수의 설명이다.
월가 출신이 적지 않은 하버드대 강의실에서 연출된 `비상식'은 금융시장에서 종종 목격되는 탐욕과 두려움에 다름아니다. 또 이처럼 합리성을 거부하는 충동이나 본능적인 대응이 경제에 영향을 미쳐온 탓에 `행태 재무론'(Behavioral Finance)이 등장할 정도로 주요한 연구소재가 되고 있다.
사실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심리여서 인간심리를 분석해야 한다는 전제로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하는 시도가 주목을 받은 지 제법 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올해 한국을 방문한 버넌 스미스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사람들이 고전경제학상 이기심과 합리성에 따라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보다 경험과 학습을 통해 축적된 지식, 심리적 요인 등에 의해 경제적 행동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실험을 통해 공평한 환경을 설정하고 주식투자를 하게 한 결과 투자자들은 정보를 각기 달리 해석했고, 그에 따라 버블이 발생했다가 붕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00달러짜리 지폐를 300달러 넘게 주고 사는 것은 전형적인 버블이다. 미국에서는 비이성적인 심리, 일종의 군중심리에 착안한 금융상품까지 나와 있다.
이 점에서 최근 부동산정책을 놓고 벌어지는 `민심잡기 경쟁'은 새롭게 읽힌다. 정부는 8.31 종합대책이 투기 차단의 비책이지만 여론, 특히 저항세력에 밀리면 끝이라는 판단으로 여론을 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기간에 8.31대책의 주요 내용을 담은 홍보물 50만부를 제작해 KTX와 항공기, 주요 톨게이트 등에서 배부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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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등 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추석 직전 서울 당산동 24평형 아파트를 예로 들며 서민층의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발제에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이 0.5%에 그칠 것이라는 정부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런 논란은 22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도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재경위는 8.31 대책 입안의 실무주역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정부나 정치권의 이런 경쟁을 `군중심리 몰이'로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군중심리는 비이성적이어서 `몰이'의 주객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표현이다. 다만 정부나 정치권 스스로 경쟁에 앞서 비이성적인 측면은 없는 지 되돌아 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