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式 경영승계 수순?

신세계式 경영승계 수순?

원정호 기자
2005.10.06 07:59

광주신세계 급성장.."정용진 부사장 키우기용" 지적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주신세계 상장을 통해 거액 평가익을 거두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종잣돈 불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룹 총수 일가가 최대주주로 비상장 계열사를 설립한 후 이 업체의 시장가치가 급상승하면 그 차익이 고스란히 총수 일가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신세계라는 것.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그룹의 신용과 후광을 배경으로 급성장했지만 이로 인한 이익은 신세계그룹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너 개인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지방에 점포를 낼 때 '지점' 형태로 낸다. 광주신세계가 신세계백화점의 '광주점'이었다면 거기서 벌어들이는 돈은 고스란히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광주신세계의 경우 지배 지분을 가진 정 부사장 개인 몫이 크다.

따라서 이렇게 확보한 재원으로 모기업인 신세계 지분을 사들인다면, 이는 사실상 교묘한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2~23일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은 장내에서 신세계 주식을 집중 매집했다.

정 부사장은 7차례에 걸쳐 신세계 보통주 3만7600주(0.2%)를 사들여 지분을 4.8%로 늘렸다. 이 기간 신세계 주가가 39만원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식 매입에 150억원 정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모친 이명희 회장(15.3%)과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7.8%)에 이어 3대 주주 자리를 굳힌 정 부사장은 중장기적으로 지분 확대를 통해 이 모기업의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에 이어 신세계를 이끌 후계자인 정 부사장의 주식 매집 행보는 최근의 편법 증여 논란에서 비껴서 있다.

외국인 지분 45%가 넘는 상장기업 주식을 자신의 돈으로, 장내 시세대로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부사장은 앞으로 지분을 더 늘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를 받더라도 평가액에 따라 최대 50%까지 증여세를 내야 한다.

때문에 정 부사장이 52.2%(83만3330주)로 최대주주로 있는 광주신세계의 기업가치 급상승이 관심을 끌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1995년 설립돼 2002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당시 유상증자 가격은 1주당 3만3000원이었다가 최근 1년새 급등, 13만원대에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의 후광을 업은데다 올 상반기 484억원 매출에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신규투자를 늘려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광주신세계는 현지에서 3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내년 5000평 규모의 이마트 광주점 오픈과 내후년 복합쇼핑센터를 준비하는 등 공격적 확장에 나서고 있다.

회사 설립 당시 액면가(주당 5000원)에 최대주주가 된 정 부사장은 무려 1000억원의 평가 차익을 보고 있다. 이로써 정 부사장은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있는 약간의 실탄을 확보했다. 물론 광주신세계 지분을 모두 처분해도 신세계 지분 1.5% 가량을 살 수 있어 충분치는 않다.

문제는 광주신세계가 신세계의 구매력과 영업 노하우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을 업고 성장하면서도 '신세계'가 아닌 정 부사장이 최대주주라는 데 있다. 그래서 그룹 오너가 최대주주인 계열사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변칙적인 경영권 확보 재원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세계 홍보실 박주성 상무는 "광주신세계는 당초 신세계 광주점으로 세우려다 광주 지역사회에서 요구해 법인화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정 부사장이 광주신세계 최대주주로 있는 것은 투자 수익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주신세계의 기업 가치는 결국 신세계의 기업가치가 반영된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도 아닌 동종의 백화점 사업을 정 부사장 개인이 최대주주로 시작한 것은 재계 후계자의 '종잣돈 불리기 전략'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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