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연결돼 있어. 매우 어리석은 방안이야." 미국 대공황 시절인 1930년대 후반 헨리 모겐소 재무장관은 감세안을 꺼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면박만 당했다.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나'란 문구를 책상에 붙여 놓고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를 불황 타개에 두었던 모겐소 장관은 세수를 늘리려면 기업들이 돈을 더 벌도록 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판단해 감세안을 성안했다. 법인세를 내리고, 과도한 자본이득세를 폐지하는 한편 개인소득세율 상한선을 90%에서 60%로 낮추는 게 골자였다.
이에 대해 뉴딜정책과 구제사업 등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내리 4선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설명은 간단명료했다.
"세금 조정은 단기적인 효과를 낼지 모르지만 친기업적(pro-business) 태도를 취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매우 해로운 반전을 보게 되지. 경제회복은 정치적인 대가만큼 가치가 없어."
루스벨트와 정치생명을 같이한 모겐소는 당시를 "파시스트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것같다"고 회고했다.
감세 대신 정치 택한 루스벨트
월스트리트저널이 펴낸 `대통령의 리더십'에 나오는 이 일화는 최근 한나라당이 불을 댕긴 감세논쟁을 읽는 데 시사점이 된다. 정치권의 세금다툼은 경제논리를 떼어내면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들어 대통령 가운데 단 3명만 감세조치를 했을 정도로 세금인하는 간단치 않았다. 그 혜택이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돌아갈 수 있고,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감세 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고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이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여야 모두 겉으론 경제를 운운하더라도 속으론 표계산에 분주할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경제정책에서 정치적인 이해를 떠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을까. 미국에서도 선거 때면 어김없이 부상하는 화두이지만 부정적인 결론이 적지 않다.
정치 떠나 '경제리더십'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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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정책이나 재벌개편,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진보적인 개혁조치 등으로 `영웅' 대접을 받은 루스벨트 대통령 역시 이 점에서 평가가 고르지 않다. `노변정담'을 통해 국민들의 불황 극복 심리를 제고한 공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그가 성공적인 경제정책을 마련했느냐는 측면에서는 반론이 적지 않다. 미국경제가 살아난 것은 2차대전으로 세계 수요가 늘어나면서였고, 대공황의 원인도 그가 질타했던 월가의 금융재벌이나 투기꾼의 돈놀음 탓이 아니라 세계 유동성 축소 때문이었다는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국민정서를 달래는 데는 성공했겠지만 경제정책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전 언론사 경제부장단과 만나 "경제 `올인'론은 교묘한 정치논리고, 선동정치의 표본"이라고 언급했다. 매우 솔직한 표현이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정치보다 기업이나 시장의 힘에 기대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정책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있었고, 정치력이 성장을 높인 경우도 있는 만큼 대통령의 리더십을 주문하게 된다. 더구나 한국경제는 아직 성장에 배 고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