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성장의 향수, 두바이

[광화문]성장의 향수, 두바이

정희경 경제부장
2005.11.10 11:45

"개발연대의 향수는 버려라."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해야 하고, 기업들의 투자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당국자들이 종종 내놓는 말이다. 한국경제가 선진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있는데 성장제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박이다.

사실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특혜를 통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거나 정부가 성장을 위해 분배의 왜곡을 무시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정서적으로 더이상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친기업적'이 곧바로 `개발연대식'은 아니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기업을 챙기는 정부의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6월 기획취재차 방문한 두바이는 국내에서 경제모델이나 성장에 관한 답답한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성장의 `향수'에 젖게 만든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제2도시로, 중동 경제-금융-관광-물류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는 두바이는 자고 나면 들어서는 고층빌딩과 밀려오는 외국인 등으로 활기가 넘친다. 불과 40년 전 황량한 모래사막에 불과했다는 점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경제기적의 토양은 무엇보다 최고지도자부터 일반국민까지 `기업이 곧 국가'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행정부 장관을 겸직하는 등 민과 관이 뒤섞인 `낯선' 구조는 현지에서는 정경유착이 아니라 시너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도로 항만 학교 병원 등 인프라 구축에 매우 공격적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면 헌법까지 바꾸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민간이 엄두내기 힘든 `인프라' 리스크는 국가가 부담하고, 대신 기업들에는 경영에 전념토록 한다.

중동에서 손꼽히는 여성 CEO이자 UAE 정부의 경제기획장관을 맡고 있는 셰이카 루브나 알 카시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해 "부를 창출하고,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며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은 민간이고,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 역시 민간부문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을 포함해 민간부문의 성장을 높이는 데 적극 지원하는 배경을 설명하면서였다.

두바이는 석유를 생산하지만 이는 2010년쯤 고갈된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나 상거래를 유치하지 않으면 가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친기업적' 정부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알 카시미 장관은 두바이 성장동력의 하나로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꼽으면서 "정부는 민간부문과 긴밀히 협력한다. 위험도 정교하게 감수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면 이후 성장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두바이는 일찌감치 항만과 공항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부기구도 투명하게 개조했다. 규제도 개혁했다. 이를 통해 친기업적-친국민적 두바이가 만들어졌다." 알 카시미 장관의 이 말은 자찬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두바이의 경제나 사회구조가 우리와 너무 다른 탓에 벤치마킹이 쉽지 않다. 하지만 성장의 재발견에는 좋은 참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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