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년여 만에 찾은 도쿄는 활기가 느껴졌다. 깨끗한 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른 점이 없지만, 그 거리를 오가는 ‘니혼진(日本人)’의 발거름에는 자신감이 배어나고 있었다. 1990년대 초부터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주눅들었던 니혼진들이 웅크린 어깨는 활짝 펴졌고, 말꼬리가 흐려졌던 어투도 밝은 미래를 얘기할 정도로 밝아졌다.
니혼진들의 자신감은 일본 경제가 확실히 소생하고 있다는 것을 믿는 데서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복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나고야(자동차)와 후쿠오카(반도체) 등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니혼진들의 ‘일본경제 소생의 노래’는 5가지 변화로 이루어진 5중주다. 우선 고용의 회복과 소득의 증대가 베이스를 차지한다. 화학?소재산업이 회복되면서 설비투자를 늘리고 신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나 파트타임 직원도 점차 정규직원으로 전환되면서 젊은이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 소득 증가는 소비 증대로 이어지고, 늘어난 소비는 기업 이익의 증가로 연결된다.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자산효과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
도쿄의 신주쿠나 긴자 및 니혼바시 등에 있는 고급백화점에서는 3만~4만엔짜리 고가 수입부츠 등이 잘 팔려 매출액이 작년보다 50% 이상 늘었다는 소식이다. 단풍철을 맞아 대표적인 온천휴양지인 하코네에는 가족동반 여행객들로 북적댄다.
둘째 200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회복이 정부정책이 아니라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이즈미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함으로써 민간의 활력을 북돋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소비세율 인상을 2008년 4월 이후로 늦췄다. 대신 우정성과 정부금융기관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지출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셋째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마무리이다. 신닛데츠(新日鐵) 등 4대 철강회사의 부채율은 2년전만해도 200%를 넘었지만 올해 10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내년엔 50%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과 증권사는 숱한 도산과 합병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있다.
넷째 한동안 용도폐기됐던 ‘일본식 경영’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은 최근 오쿠다 회장(도요타자동차 회장) 후임으로 미타라이 캐논 사장을 선임했다. 도요타는 물론 캐논은 불황기에도 종신고용을 핵심으로 하는 일본식 경영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미타라이 회장 체제는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강요된 ‘미국식 경영’을 반성하고 일본식 경영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재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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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제로금리의 종언’이 임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아직 금리 상승을 꺼리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내년 상반기에 금융의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한 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니혼진의 자신감 속에는 ‘일본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우리에겐 반감을 사고 있지만, 니혼진들은 총선에서 압승을 선물할 정도로 절대지지를 보내고 있다.
일부 니혼진들은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의 긴 터널을 뚫고 속도를 내고 달리고 있는 반면 한국 경제는 이제 터널 속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밝게 일본 경제를 얘기하던 그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선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는 마음은 부러움과 씁쓸함으로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