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애 좀 낳게 해주세요"

[광화문]"애 좀 낳게 해주세요"

정희경 경제부장
2005.12.01 09:53

가계소득이나 생계비를 어림잡을 때 기준으로 삼는 `4인가족'이 어느새 `3인가족'으로 바뀌었다. 가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식구가 줄어든 탓이다.

같은 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는 가구원수는 1960년 평균 5.6명이었다 2000년 인구주택 총조사 때는 3.1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실시된 인구센서스에서는 3명을 밑돌지 모른다.

가족해체나 사회붕괴, 성장기반 약화 우려까지 낳고 있는 식구수 감소에는 무엇보다 출산 기피가 한몫 하고 있다. 실제 1970년 100만명을 웃돌던 출생아수는 지난해 47만6000명에 그쳤다. 한 세대가 지나면서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4년만 보면 34%가 줄었다.

이같은 추세상 인구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의 경제규모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란 말은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정부가 `부부 둘이서 둘은 낳자'는 의미의 `둘둘플랜'을 내걸며 "애 좀 낳아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점점 뚜렷해지는 저출산 경향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를 낳는 데는 기회비용이 따르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성의 교육 및 취업 기회가 확대되고 소득도 늘어나면서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출산으로 지급해야 할 대가)은 늘어나고 있다.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23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반년만 무급 휴직해도 기회비용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를 감수하고 아이를 낳더라도 상당한 보육.교육비의 부담이 기다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조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공립 보육시설의 표준보육비용은 만 0세의 경우 한달에 평균 78만8000원, 만 5세는 24만9000원에 달한다. 이를 감당할 수준이 되는 부부들은 변변한 보육시설이 없다고 불평한다. 출산휴가를 끝낸 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고생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본다. 출산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내몰고 있는 여건이다.

물론 경제적 여건만 되면 아이를 낳겠다는 부부들이 아직은 많은 편이다. 정부도 보육비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한편 2자녀 이상 가구에 학자금 대출 확대, 3자녀 이상 무주택 가구에는 출산장려금과 국민임대주택 우선 공급권 부여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구나 저출산 대책에 대한 정부내 의견도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보육비 상한선 철폐 문제만 보자. 현재 국공립 보육시설의 보육료 상한선은 0세아가 29만9000원으로 표준보육비의 37.9%에 불과하다. 민간시설도 상한선이 낮기는 마찬가지다.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 등은 이 상한선을 없애 제대로 된 보육시설이라도 들어서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그러나 너무 시장원리만 강조하다보면 부의 불평등이 고착될 수 있다는 반대론에 부딪치고 있다. 특히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그대로 결정된다는 `가난의 되물림' 대목에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보육예산 확충이 필요하지만 당장 어렵다면 제대로 된 보육시설만이라도 시급히 늘려보자. 평등론만 강조하다가는 중동의 일부 국가처럼 수천 만원 이상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인적자본이 경제성장의 열쇠인 시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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