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황우석 스캔들

[광화문] 황우석 스캔들

정희경 경제부장
2005.12.22 10:21

"환호, 회의, 분노, 좌절, 참담…." 극단적인 감정을 연쇄적으로 유발한 `황우석 스캔들'이 연말 분위기를 고약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국보급 과학자로 떠올랐던 황 교수가 갑작스레 세기의 사기꾼으로 몰리자 "도대체, 왜"라고 반문하며 허탈해 하는 국민들이 적잖다.

황 교수에 대한 시선은 평소보다 빠르게 기승을 부리고 있는 동장군 이상으로 차가워졌다.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내세워 든든한 후원을 약속했던 정부는 그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다. `황우석 신드롬'에 편승하기 위해 줄을 섰던 정치권에선 자성론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성급한 매도나 섣부른 감싸기는 당분간 접어두어야 할 것같다. 서울대의 자체 조사가 끝나지 않은 데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여전히 엇갈려 진상이 확인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온당하다.

더구나 해명과 폭로를 넘나드는 관련 인사들의 잇단 회견은 줄기세포 연구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어 철저한 조사가 절실해 보인다.

우리가 보다 냉정해져야 하는 이유는 우선 이 스캔들이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황 교수를 세계적 과학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데 일조한 `사이언스'는 진위 파문에 휩싸인 올해의 논문은 물론 지난해 논문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했다.

세계 과학계가 이 사건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외신에는 `황우석 스캔들'에 이어 `코리아 스캔들'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뿐만 아니다. 한국 과학자의 논문이 외국 과학전문지에서 푸대접을 받는 `황우석 디스카운트'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과거 한국 주식을 매도할 때 명분으로 내세웠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자칫 과학계로 전염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서울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발목 잡혔던 오랜 세월을 감안한다면 `황우석 디스카운트'의 가능성을 가볍게 대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들끓다 제풀에 꺾인 후 정작 잘못을 용인하거나 망각해 버리는 우리 여론의 가벼움 때문이다. 이런 전철을 밟게 되면, 그리고 서울대 등의 조사가 사건을 조기 봉합하는 수준의 검증에 그치면 제2, 제3의 황우석 스캔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 경우 `한국적'은 국제사회에서 `빨리 빨리, 대충'이란 의미로 각인될 공산이 크고, 정부가 해외 투자설명회에서 강조해온 `다이내믹(역동적인) 코리아'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곳에는 더 많은 `황우석'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많은 `황우석'을 보아왔습니다. 정치와 언론의 자성이 없다면 제2의 `황우석'은 얼마든지 다시 나타날 것입니다. 과학계가 그 자정능력을 보여주었듯이 정치와 언론도 자정능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자유게시판에 올라있는 글 중 하나다. 공감하는 대목이지만 의미있는 `자성'은 제대로 된 검증 이후라도 늦지 않다고 본다. 서울대의 조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엄격하고 철저해야 한다. 그 결과는 전체적인 검증절차의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

지수 1300과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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