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술을 마셔도 훈훈하고 기분좋게 취하는 곳이 있다. 낡은 탁자 몇 개에 촛불 서너 개가 전부여도 감칠 맛 나는 술과 마음씀이 담긴 음식, 오랜 친구처럼 맞아주는 주인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박미향 지음/넥서스BOOKS 펴냄)는 술 고픈 날 발길을 끄는 서울시내 49곳의 술집을 정취어린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생의 나락에서 떨어졌다고 느꼈을 때, 너무 높이 올라 그 기쁨에 어깨가 무거울 때 술은 한잔의 위로를 던진다. 저자는 그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마음을 조금씩 열어 다가왔던 사람들에게 '사람이 있는 술'을 권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따지고 보면 술을 들이켜는 술집이란 단순한 술 저장고나 판매소가 아닌 추억의 집합체가 아닐까.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씩 들락날락하는 객(客)들의 저마다의 추억이 있기에 찾았던 술집을 또 찾고 잊었던 술집도 다시 기억하는 것일 게다. 술이 맛있어서, 안주가 득특해서, 분위기가 좋아서 찾는 술집은 세상살이 팍팍한 날 찾아지는 벗의 다른 이름이다.
저자가 '조명장비 두 세트를 들고 밤마다 미친 여자처럼 이 술집 저 술집을 방문해 찍었다'는 사진들은 '사람이 있는 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술과 술 집 정보 뿐 아니라 술집의 경영방식, 역사, 맛의 비법, 그곳을 지키고 있는 주인장 이야기, 술보다도 매혹적인 그 공간의 뒷담화까지...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문득 술 한 잔이 간절히 고파진다.
몇 년을 묵혀 만든 전통주, 쫀득쫀득한 벌교 꼬막과 향긋한 녹차막걸리, 남미의 향이 물씬 풍기는 칵테일, 주머니 가벼운 날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선술집, 뜨끈한 온돌방에서 추위를 달래주는 정종 한잔, 신선한 횟감에 소주 한 병, 한강변 바라보며 사랑고백하기 좋은 재즈 카페... 왜 그 술집에 가야하는지, 누구와 함께 가면 좋은지, 어떤 날 가면 좋은지 덧붙인 50자평이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