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에서 들려오는 '대~한민국' 소리를 듣고 뛰쳐나가려다 주저앉았다. 온 나라가 축구로 하나되던 2002년 그 여름에도 '또 다른 애국'을 위해 사무실에서 묵묵히 구슬땀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사스(SARS)가 창궐해 경쟁사가 모두 철수했을 때도 중국을 뜨지 않았다. 모바일 멀티미디어 반도체 전문기업인 코아로직 이석중 연구소장의 일화다.
누구나 1등을 꿈꾼다. 하지만 누구나 1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내심이 극에 달해 가슴 한 쪽이 눌려오는 뻐근함, 모두가 고개를 저을 때 두려움을 무릅쓰고 밀어붙이는 고집스러움, 좋아서 미쳐 죽도록 매진하는 무모함이 1등을 만든다.
'1등을 만드는 사람들'(머니투데이 산업부 지음)은 서른아홉명의 범인(凡人)들이 1등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흘린 땀과 열정의 기록이다.
벤처에서 대기업까지 1등을 만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들이 감내하고 겪어온 경험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일본 최고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가 저술한 '청춘표류'와 닮은꼴이다. 전자가 20대 청춘에게 보내는 격려 메세지라면 '1등을 만드는 사람들'은 꿈을 잃은 샐러리맨에게 경종을 울리고 땀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MSN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토종 메신저 네이트온을 1위로 끌어올린 SK 커뮤니케이션즈 권승환 이사, 안면 마비를 감수하고 '사이보스'를 HTS의 표준으로 만든 대신경제연구소 문홍집 사장, 지구 60바퀴를 돌며 콘돔시장을 재패한 유니더스 이봉삼 전무,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밥솥 가업(家業)을 살려낸 쿠쿠홈시스 구본학 부사장 등 장인정신에 기반한 성공스토리지만 성공 그 자체가 아닌 '사람들'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번쯤 절망해 봤고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섰다는 것이다. 압축된 시나리오의 단편영화처럼 잔뜩 몰입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주먹을 불끈 쥐며 전의(戰義)도 다져본다. 지금도 누군가는 성취를 향해 질곡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좌절할 것이고, 희망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다.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자를 들이대고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항해하는 배처럼 우리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조금 늦건 조금 빠르건 우리의 성공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고 모두가 '1등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정열을 말하는 것이다(사무엘 울먼). 이 책은 사회생활이라는 장거리 경주에서 이제 막 출발의 총성이 울린 20대, 단거리를 마치고 하프에 도전하는 30대, 대망의 풀코스를 준비하는 40~50대 모두에게 청춘을 되새김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