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과 KT&G..경영권 분쟁의 마술

아이칸과 KT&G..경영권 분쟁의 마술

성보경 프론티어M&A회장
2006.03.08 17:43

[기고]성보경 프론티어M&A회장

KT&G와 칼 아이칸의 경영권 분쟁이 한국기업들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법률적 규제에 의해 한국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바꿔 경영체질을 강화하려고 시도한 효과보다 경영권 분쟁에 의한 한국기업의 소유지배구조의 변화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의 개념을 도입하였지만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의 역할과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사모펀드는 산업자본을 독점하고 있는 특정인과 금융자본을 지배하고 있는 특정인들에 의해 경제가 독점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점규제법의 산물이다. 즉, 특정 소수에 의한 독점을 다수로 확산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기업지배구조이다. 한국의 재벌구조는 사모펀드의 활성화에 의해 변화될 것이다. 기업소유구조는 기업이 거대화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된다. 기업이 거대화되면 개인에 의한 지배력은 약화된다.

기업이 거대화되면 자본금 규모를 늘려야 되는데, 개인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조달능력의 한계로 인해 주식소유지분율이 떨어지게 된다. 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1주당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지게 되어 적대적 M&A의 대상이 된다. 때문에 소유경영자는 기업성장과 소유구조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소유경영자들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하여 순환출자도 하고 피라미드구조를 만들어 자신들의 기업지배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부의 편중을 방지하기 위하여 독점금지법을 만들어 규제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경영권 분쟁의 마술에 걸리는 고리이다.

사모펀드는 전문경영자를 양성하는 기능도 있다. 사모펀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되는 속성이 있으며, 유능한 전문경영자를 필요로 한다. 유능한 전문경영자가 없으면 머니게임으로 치우치게 된다. 사모펀드가 경제의 순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펀드의 자금조달과 두터운 전문경영자층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한국은 아직 사모펀드에 의한 자금조달능력도 부족하고 전문경영자층도 얇다. 경제의 성장과 기업의 규모는 커지는데 그 지배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한 것이다. 이러한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 외국계 투기자본들의 적대적 M&A인 것이다.

외국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자 백기사를 자처하는 사모펀드가 출현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의례적으로 백기사 펀드와 흑기사 펀드가 출현하여 역할을 자임한다. 대개 백기사는 MBO펀드와 기업간 상호주식보유의 형태가 되고, 흑기사는 정크본드나 LBO펀드 등이 담당한다. 이러한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 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펀드가 만들어지는 속성을 보면 대강의 분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흑기사 펀드는 기업가치에 비해 주식의 시장가격이 낮거나 기업들이 많은 고정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자금유동성이 부족할 때 활발하게 움직이다. 백기사 역할을 하는 MBO 펀드는 특출한 전문경영자가 나타나면 보수적인 투자금융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구분도 없이 사모펀드가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태반이 머니 게임으로 활용된다. 건전한 경제환경을 조성할 책임이나 의무도 없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머니 게임을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토종자본들 조차 머니 게임에 참여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머니 게임의 결과에 의해 발생하는 고통을 어떻게 감수하려는지 모르겠다.

사모펀드는 기업지배구조, 기업의 규모와 세계화 진척도, 전문경영자들의 형성, 펀드운용자들의 책임감과 투명성 등이 균형을 맞추면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불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사모펀드를 육성하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KT&G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리금융지주의 토종자본역할론은 우리나라 투자금융과 사모펀드의 한계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금융지주는 투자가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항하는 KT&G의 구세주 역할을 하겠다고 언론에 등장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대항마 역할보다는 KT&G의 주식을 사거나 백기사 역할을 하면 우리금융지주의 투자가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밝혀 펀드의 목적을 명확하게 했어야 했다. 역할은 좋으나 그 취지가 좋지 않다. 이는 좋은 일은 하되 부작용을 제거하지 못한 행위이다. 황영기 행장은 금융그룹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전문경영인이기 보다는 토종자본의 영웅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또한 대응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적대적 M&A게임에서 기업사냥꾼은 주가차익을 얻거나 경영권을 인수하면 성공한 것이다. 즉, 방어자가 주식가격을 상승시켜 방어를 했다면 기업사냥꾼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 된다. 우리금융지주가 백기사 펀드를 활용하여 KT&G의 주식가격을 높여 준다면 칼 아이칸은 쾌재를 부르며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다른 기업사냥꾼 친구들에게 한국에 가보라고 할 것이다. 한국에 가면 바보 경영자들과 바보 백기사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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