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보경 프론티어M&A회장
농부들은 가을이 되면 그 동안의 노고와 결실을 함께 나누기 위해 동네잔치를 벌이고, 추석이 되면 먼 곳의 친척들이 함께 모여 화합과 우애를 다진다. 12월에 결산하는 주식회사는 대개 3월에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경영자와 주주들의 잔치를 벌여야 할 텐데, 요사이 주총시즌에는 온통 근심만 가득한 모양이다. 기업사냥꾼 몇 명이 나타났다고 산전수전 다 겪은 기업경영자들이 이렇게 허둥거려서야 되겠는가.
일반적으로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공격자는 방어자에 비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방어자가 게으르지 않고 관리에 최선을 다 한다면 기업사냥꾼이 이러한 기업을 공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둔다는 것은 어떠한 경영전략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효과와 결과를 확실하게 인지한 후에 실행을 해야지 단순하게 모방하는 정도라면 오히려 부작용에 시달릴 수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영권 방어전략들 중에서 초다수결의제(Supermajority Voting)와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조항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잘못 사용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것들이다.
초다수결의제(Supermajority Voting)는 이사와 감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출석한 의결권 보유 주식총수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고 발행한 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의결조항을 강화하여 각각 4분의3과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이 되도록 정관상 해임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법이다. 상법의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보면 보통결의와 특별결의가 있는데, 특별결의는 그 요건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조항이다.
하지만 경영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강화시키면 주주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지배주주가 유능한 전문경영자를 초빙하여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경우 지배주주는 전문경영자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견제권한이 약화된다. 또한 전문경영자는 강화된 자신들의 권한을 악용하여 자사주나 상호주 보유 등을 통해 지배주주의 간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발생할 수 있다. 지배주주와 지배주주가 임명한 전문경영자 간에 생기는 분쟁은 외부의 기업사냥꾼보다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상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되면 지배주주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게 되는 기업공개를 하지 않으려 한다. 미국에서도 벡텔이나 카길 같은 거대기업들이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관에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에 관한 조항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 전략은 퇴임하는 이사나 감사에게 거액의 퇴직금 및 잔여임기 동안의 보수 등을 지급하도록 하여 이사나 감사의 해임을 어렵게 하는 방법으로 적대적 M&A방어전략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정관에 명시해 놓으면 이사회 내의 이사들 간에 의견대립이 발생할 경우 해결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사 각자의 임기가 지나치게 보장되고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기 때문에 대립이 장기화될 수 있으며 분란의 상태를 감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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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도덕한 경영자의 경우 이사나 감사를 해임시켜 거액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정관에 명시되어 있다는 것은 주주들의 동의를 이미 받은 것이 된다. 황금낙하산에 관한 조항은 악용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황금낙하산 조항에 따라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기업사냥꾼에 의해 해임되는 경우와 무능력에 의한 경우를 분리한 조항을 도입하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이다.
이외에도 제3자에 대한 신주배정, 이사의 시차임기제 도입, 백기사를 초빙할 수 있는 권리, 역공개매수를 실행할 수 있는 권한 등을 도입하는 경우에는 경영자의 전횡을 방지하는 것과 적대적 M&A를 방지하는 것을 분리하여 채택하여야 한다.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전략에 만병통치약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정설이다. 그리고 예비적 방어전략을 잘못 사용하면 적대적인 경영권 분쟁이 내부에서도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