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적대적 M&A 대응방안

[기고] 적대적 M&A 대응방안

정태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2006.03.13 12:02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공과에 대해 많은 이론적 고찰 및 연구가 있어왔다. 적대적 인수자(raiders)들은 나태하거나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하고 효율적인 경영과 재무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 자신들이 주주와 이해관계자 및 M&A 중개업자 등 모두에게 플러스섬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지분이 잘 분산돼 있는 회사는 경영진이 주주 등의 이익과 상충되는 행위를 하거나 회사를 비효율적으로 경영하는 경우 개별 주주가 이를 통제하기 쉽지 않으므로 적대적 M&A가 이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반면 적대적 M&A는 경영진으로 하여금 과다한 방어노력 및 비용을 부담토록 해 본연의 임무에 지장을 초래함은 물론 단기적 주가부양을 위한 근시안적 성과주의에 집착하도록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기업이 장기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소홀하게 되는 폐단이 있다는 지적도 함께 있어 왔다.

우리 나라의 적대적 M&A에 대한 제도는 1997년 4월 이전에는 상장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취득할 경우 별도의 승인을 얻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적대적 M&A를 금지해 왔다.

그러나 자본시장 개방일정 등에 맞춰 이때부터 상장기업의 지분 10% 이상 취득시 승인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25% 이상 취득시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하도록 의무화했다. 강제공개매수제도는 경영권 이전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 외에 다수의 소액주주 등이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가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M&A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측면이 더욱 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M&A가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인식 하에 98년에는 강제공개매수제도 및 외국인의 국내기업 주식에 대한 취득제한제도를 폐지했다. 기업 경영권 보호 입장에서 시장원리에 의한 경영권 경쟁시기로 전환한 것이다.

이와 같은 M&A의 자유화 과정에서 특히 소유 분산이 잘된 기업의 경우 경영권 탈취 위협에 노출됐고, 당국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자사주 취득한도 폐지, 5% 보고제도 강화, 공개매수 기간에 유상증자 허용 등의 방어수단을 보완했다.

그러나 아직도 M&A 공격과 방어수단간 공정경쟁과 균형이 확보되어 있는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상장법인은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주총의 초다수결의 요건, 황금낙하산 규정, 의결권 대리행사자의 제한, 임원의 시차임기제 적용 등-을 정관에 기재해 이용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일본은 회사법 개정을 통해 모든 주주에게 신주예약권을 부여하되 적대적 매수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신주예약권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 복수의결권제도, 초다수결의제를 금년 4월부터 시행키로 하는 등 방어수단을 확충했다.

그러나 EU에서는 '기업인수지침'에서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는 의결권제한규정, 차등의결권 조항 등은 주주평등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철폐원칙을 규정하는 등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KT&G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우리 나라 M&A 시장을 되새겨 보게 하는 새로운 선례를 남길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KT&G 분쟁이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 한 그 추이를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며, 동시에 M&A의 긍정적 측면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공격과 방어간 최적의 균형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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