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시장 변동성 급증을 경계하는 눈초리가 높다. 일부에서는 1988년 미국에서 도입된 칼라(Collar)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에서는 1999년 2월 사이드카를 폐지했으며, 칼라제도 역시 발동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대만과 홍콩에서도 써킷브레이크 제도의 도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폐지를 고려 중이다.
과연 매매중단 장치가 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매에 대한 규제는 현물시장의 안정성이라는 목표보다는 거추장스러운 선물시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이 아닌가 싶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2월말 주간(2.28~3.3) 프로그램 매매가 전체 NYSE 일평균 거래량의 61.8%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8.2%가 현선물 지수차익거래였다. 나머지는 모두 인덱스 매매나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PI)와 같은 소위 비차익거래 형태이다. 반면 같은 기간에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가 차지한 비중은 6.9%이며, 이중 차익거래는 50%였다. 즉 차익거래가 전체 주식시장에서 3.5%를 차지했다.
한미증시에서 프로그램 매매의 성격이 상이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먼저 한국의 지수선물시장이 매우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현물시장 대비 선물시장의 거래대금이 2005년에는 4배에 달한다. 유동성 풍부한 선물시장과 반응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는 현물시장의 일시적인 괴리는 당연히 차익거래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머지는 국내 투자자의 전략 부재이다. 미국 증시에서 지수차익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약한 반면 다양한 프로그램 매매형태가 존재한다. 국내만 하더라도 비차익거래 유형에 인덱스 매매, PI, 자산배분 전략 등 다양한 거래가 포함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이 보다 손쉬운 차익거래에 '올인'하고, 시장은 편중된 정보에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매매전략과 높은 체결능력을 프로그램 매매로 구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차익거래는 외국계 회원사의 몫이 된지 오래이다.
그렇다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에 대한 통제장치가 부실한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매매를 실시간으로 거래소에 신고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곧바로 공개한다. 거래소에서는 일별 차익잔고의 현황을 발표하고 주간단위로 프로그램 매매 상위 회원사를 밝히고 있다. 사이드카와 CB가 프로그램 매매의 극단적인 시장충격을 규제하고, 비정상적인 프로그램 매매호가 제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프로그램 매매에 대한 눈초리가 곱지 않은 것은 통제장치의 부재보다는 앞서 말한 대로 프로그램 매매에 과잉편중된 시장의 인식 때문이다. 현물시장의 허약한 시장체력이 원인인데도 불구하고 화살을 프로그램 매매에 돌리는 시각 때문이다. 그리고 선물시장에서 국내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너무 낮아 선물가격이 투기세력에 휘둘리게끔 방치한 것도 이유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비중은 점차 축소되는 상황이다. 2004년에는 연평균 8.6%였지만, 2005년에는 7.3%로 감소하였으며 올해에는 6.4%까지 하락하였다. 물론 만기일과 같은 특정일에는 일평균 10%가 넘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점차 국내 주식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의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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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매매는 기관투자자의 펀드 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끔 도입한 매매장치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매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시장의 비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기관투자자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오히려 프로그램 매매의 일시적인 시장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현재 유명무실하게 운용되는 써킷 브레이크와 사이드카 제도에서 괴리율의 수준이나 발동회수 등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