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대 3000명,5대양 6대주가 사업무대"

"150명대 3000명,5대양 6대주가 사업무대"

박준식 기자
2006.09.18 07:47

[머투 초대석] 서인수 성도이엔지 사장

국내 반도체·LCD 관련 전후방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환율불안과 고유가 등 외부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LCD 과잉생산이 문제가 되면서 대기업들이 투자를 늦추자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강한 기업이 있다.

성도이엔지(10,210원 ▼190 -1.83%)는 내년이면 설립 20주년을 맞는 반도체·LCD 관련 설비업체다. 세계수준의 기술력을 공인받고 있으며, 자회사 에스티아이를 합하면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본사에 150명, 세계 9개 나라에서 3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맨손으로 시작해 기업을 일군 서인수 사장을 만나 성공비결과 19년의 사업력을 통해 쌓아온 사업 철학을 들어봤다.

- 사업분야가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것 같습니다.

▶성도이엔지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프로세스와 유틸리티 설비시스템을 제작 설치하는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기존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이오 제약설비와 석유화학, 에너지 환경 관련 기간산업 설비도 수주해 사업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사실 구체적으로 어떤 설비를 어떤 용도로 만드는지 설명하려면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설비에 특화한 후 점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30대 초반에 사업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요.

▶삼성엔지니어링이 첫 직장입니다. 1982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께서 반도체 사업을 막 시작하려던 시기에 관련 설비 제작에 참여하게 됐죠. 반도체 클린룸을 제작하는 사업부에 투입됐습니다.

거기서 5년여를 일하고 나서 87년도에 스스로 사업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앞뒤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모험이었죠. 창업 당시 도와주셨던 분들이 지금도 고마울 뿐입니다. 1년치 자재를 외상으로 공급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분들 역시 모험을 하신거죠. 논리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 2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을 일궈냈습니다. 순탄하게 성장한 것만은 아니겠지요.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인수합병되면서 중소기업에 미친 영향도 매우 컸습니다. 그 때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지요. 대기업의 투자 사이클에 따라 주기적으로 매출이 등락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반도체·LCD 산업의 성장과 함께 무난히 기업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힘들었지요. 처음 1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보냈습니다.

창업 첫해 1억7000만원 규모의 설비공사를 맡게 됐죠. 그걸로 1년을 버티고 신뢰를 쌓으며 3년을 정신없이 뛰고 나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젊은 의지를 믿고 일을 맡긴 분들과 직원들의 의욕이 힘이 됐습니다. 조금 성공했다고 한눈 팔지 않았고 설비관련 산업기술을 축적하면서 해외사업영역을 개척해 스스로 시장을 늘린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을 듯 합니다.

-해외사업에 일찍 손을 댄 것 같습니다. 해외사업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더군요.

▶사실 창업 초기부터 해외에 눈을 돌렸습니다. 대기업에서 수주를 받으면서 신뢰가 쌓이자 해외로 함께 동반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때 망설이지 않고 나간 것이 지금과 같은 결실로 이어졌지요.

물론 너무 일찍 나가서 손해본 경우도 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해외로 발령을 낸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되돌아와야 했지요. 그러나 종합적으로 보면 해외사업은 성도이엔지의 성장동력이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런 제 뜻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최근에는 아예 (해외에)나가서 들어오지 말고 스스로 사업영역을 개척하라고 당부하고 있어요. 직원들과 제가 5대양 6대주 가보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에 현지에 인프라와 노하우가 축적돼 있습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특별한 강점을 가지게 된 셈이지요.

- 사업 기회에 있어서 특별히 유망한 지역이 있나요?

▶아무래도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가들이 유망하지요. 현재 이들 지역에서 공장 전체를 설계해 제공하는 토털 턴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지역들도 언젠가는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기 때문에 요즘 직원들에게는 중앙아시아 시장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 정도 기업을 키웠으면 기업가로서 만족할만도 할 것 같은데요.

▶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할일이 많지요. 세계 최고의 전문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을 만들겠다는 기업인으로서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신흥국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선진국 시장에서는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안주할만한 단계가 아니지요.

- 요즘 기업하기 어렵다는 얘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경영실적이야 업황에 따라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습니다만, 요즘은 '반기업 정서'가 걱정스럽습니다. 노조나 시민단체가 조금 유연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제조업이 살아야 경제가 튼튼해 집니다. 기업가가 우대받는 사회적 분위기, 기업할 맛 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 사업 철학이 있다면.

▶ 사실 특별히 내놓을 만한 구호는 없습니다만 늘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합니다. 최선을 다하면 실패를 통해서도 많은 걸 배웁니다.

경영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건 '부조리'입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지만 그 편이 확실하지요.

대담 = 성화용 산업부 부장대우

정리 =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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