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의 '4시15분 보고서' 리스크=경쟁력

JP모간의 '4시15분 보고서' 리스크=경쟁력

박영암 기자
2007.05.02 14:24

[리스크관리=수익 및 경쟁력 원천]<1-1>

[편집자주] 리스크 관리가 증권업계의 새로운 경영화두로 부상했다. ELS DLS ELW 등 파생상품의 대규모 출시와 자기자본투자(PI) 등 투자은행(IB)업무 확대로 국내 증권사는 이전보다 한단계 높은 리스크 관리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수십조원어치를 발행한 장외파생상품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규모가 결정된다. 안정성만을 추구하다간 리크스를 대신 분담하는 외국계 증권사만 배부르게 할 수 있다. 반면 능력도 없으면서 섣불리 욕심을 내다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머니투데이는 '리스크관리 능력이 수익 및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화두를 제시한다. 증권 및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은 물론 독자들의 깊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PI도 고도의 리스크 관리능력을 요구한다. 투자규모의 대형화와 다양한 투자대상, 투자기간의 장기화로 국내증권사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증권사들이 IB를 지향할수록 리스크 관리능력은 '보이지 않은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리스크 관리수준에 따라 투자은행로의 성공적인 변신여부가 판가름난다. 한마디로 리스크는 무조건 줄이고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투자은행의 핵심 경쟁력원천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포 피프틴 리포트(4시 15분 보고서).'

미국 등 세계각국의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이 끝나는 오후 4시 15분. J.P 모건(현재는 체이스맨해탄은행과 합병)의 CEO는 한장짜리 보고서를 받는다. 이 보고서는 J.P모건의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지점이 투자하고 있는 주식 채권 외환 파생상품 원자재 등 주요 자산가격의 현황과 회사의 노출된 리스크 현황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JP 모건의 CEO는 위험을 더 부담하는 대신 고수익을 추구할지 아니면 리스크를 줄이고 기대수익률도 낮출 것인지를 판단한다. 회사가 부담하고 있는 리스크의 크기와 이에 상응하는 기대수익률을 토대로 CEO가 경영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이같은 의사결정은 J.P모건이 글로벌 투자은행(IB) 중에서 가장 일찍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도입 , 리스크를 계량적으로 측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 J.P모건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미국의 투자은행(IB)등도 리스크관리시스템을 도입하여 전세계 자본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는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는 6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금융시장 개방으로 자본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지만 국내증권사의 리스크 관리대책은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권유하는 리스크관리 최소기준 충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증권사중에서 비교적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잘 관리한다는 한국증권도 외국계 IB와 비교하면 왜소해진다.

한국증권은 ELS 등 장외파생상품과 지수선물 지수옵션 ELW 등 장내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실시간 손실위험을 파악하고 있다. 리스크관리본부는 장중에 예상치 못한 주가 금리 환율 등의 변화로 팀별 한도를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즉각 관련부서에 대응책 마련을 지시한다.

하지만 자기자본으로 운용하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전통적인 영업부문의 손익증감과 리스크 현황은 실시간 파악이 어렵다. 결제시간 등의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오우택 한국증권 리스크관리본부 전무의 설명이다.

오 전무가 정작 외국계 IB에 열세에 있다고 느끼는 부문은 리스크에 대한 임직원의 인식과 시장풍토. 오 전무는 "한국증권을 비롯해서 국내증권사들이 전산시스템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지속적인 투자로 외국계 IB와 격차를 줄일 수 있지만 임직원의 인식과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부터 리스크와 수익률의 상충된 성격을 모두 반영한 위험조정후 경영성과측정(RAPM)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것은 리스크 관리를 일상 경영에 접목하기 위한 획기적인 시도라고 오 전무는 의미부여했다.

◇IMF 이후 과도한 리스크 회피 풍토가 최대 리스크

국내증권사가 리스크를 능동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데는 IMF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부동의 1위증권사였던 대우증권이 계열사 지급보증과 해외증권투자 실패로 무너지면서 국내 증권업계는 '리스크는 무조건 줄이고 회피하자'는 분위기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IB업무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신 주식위탁매매와 채권중개업 등 소위 '수수료 따먹기 영업'에 치중했다.

또한 신상품 개발이 크게 제약받았던 것도 리스크 관리경험을 축적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IMF 발발직전인 1997년 2월 SK증권이 JP모건과 '총 수익 스왑'이라는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자 금융감독당국에서는 가급적 장외파생상품 등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제를 요청했다.

대형 증권사가 주요 그룹이나 은행계열사 소속사인 국내현실에서 증권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관계사의 압력도 위험회피적인 영업으로 몰고 갔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그룹의 '명성 리스크'(Reputaion risk) 때문에 PI나 장외파생상품 등 IB영업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까지껏 발행해 봐야 얼마나 버냐"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지 않으면 안되냐"라는 관계사의 압력으로 ELS와 ELW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 특히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W와 ELS를 발행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위험회피적인 영업결과 국내증권사의 NCR은 565%(2006년 6월말 기준)로 나타났다. 은행기준으로 BIS 8%가 NCR 10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증권사가 과도하게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외파생 PI 해외투자 등으로 리스크 증대는 불가피

하지만 정부가 글로벌 IB 육성을 본격 추진하고 있고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어 과거처럼 리스크 회피적인 위탁매매영업에 안주해서는 더이상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국내증권사들도 이를 인식하고 2002년 7월이후 장외파생영업과 PI 해외투자 등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고수익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국내증권사가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ELS DLS 등 장외파생상품의 잇단 시판은 리스크관리 능력을 주요 현안으로 부각시켰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4월 27일현재 ELS 발행잔액은 22조 4000억원. 증권업계에서는 이중 30%인 6조7200억원을 자체 헤징하고 있다. 완벽한 헷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증권사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계증권사를 통해 헷징수단을 매입한 70%의 발행잔액도 신용위험에 노출돼 있다. 비록 외국계 증권사의 신용등급이 최우량이지만 ELS 최종 만기시 원리금을 지급받지 못할 리스크는 상존하고 있다.

최근 국내증권사가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PI도 과거 경험하지 못한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다.

명진훈 대우증권 리스크관리부장은 "ELS DLS 등 시장가격이 있는 상품보다 가격없이 장외에서 투자하는 PI가 리스크를 관리하기 더 힘들다"고 인정했다. 즉 투자대상의 시장가격 부재로 적정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하기 힘든 투명성 리스크와 원하는 시점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유동성 리스크, 투자성과에 대한 비교대상이 없어 적절한 성과보상기준을 마련하기 힘든 벤치마크 리스크 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어려움 때문에 삼성증권은 PI투자에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박재황 상무는 "리스크를 계량적으로 측정할수 없는 대상에는 투자하지 않는 게 회사방침"이라며 "장외시장에서 가격이 보이는 IPO직전 단계의 기업들까지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스크을 측정,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PI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증권사와 자산운용업계가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해외투자도 리스크 증가요인. 2006년말현재 미래에셋증권 등 11개 증권사가 34개의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중국 동남아 등에 모두 7개의 점포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2000년이후 국내증권사의 해외점포 손익을 보면 2005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 리스크, 줄이고 회피가 능사가 아님, 효율적 관리가 정답

국내증권사는 6월 자통법 제정이후 새로운 경영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증권사의 업무영역과 취급상품이 과거에 비할 수 없게 확대된다. 당장 장외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다양해 질 전망이다.

업무영역의 다각화도 새로운 기회다. 선물업 신탁업 자산운용업까지 겸업하는 '금융투자회사'로 변신이 가능하다.

이같은 영업환경변화는 필연적으로 리스크 증대를 가져온다.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갖추지도 않고 신규사업분야에 진출했다가 자칫 낭패를 당할수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정책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및 미래 리스크에 초점을 맞춘 감독(Risk Based Supervisions : RBS)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같은 시장과 감독정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국내증권업계는 리스크 관리능력의 한단계 도약을 요구받고 있다.

노희진 증권연구원 박사는 "IMF이후 증권사의 과도한 리스크 회피적인 경영풍토와 국내증시에서 위탁매매수수료만으도 생존할 수 있는 영업환경 때문에 NCR이 과도하게 높았다"며 "자통법 제정이후 신금융상품의 등장과 PI 등 글로벌 IB로의 변신을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능력의 향상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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