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볼보의 럭셔리란 바로 이것

[시승기]볼보의 럭셔리란 바로 이것

김용관 기자
2007.05.18 15:33

[Car&Life]볼보 2007년형 뉴 XC90 3.2

볼보의 '럭셔리' 개념은 상당히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비싸고 화려한걸 '럭셔리'라고 한다면 볼보는 이를 철저하게 부정한다.

지난해 가을 볼보의 본거지 고텐버그에서 만난 한스 위크만 볼보 부사장은 "스웨덴 가구처럼 단순하지만 기능적이지 않으면 럭셔리한게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사회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스웨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다.

▲볼보 XC90의 외형
▲볼보 XC90의 외형

이번에 시승한 볼보의 'XC90'은 이같은 볼보의 럭셔리 개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차다. 사소한 것 같지만 운전자에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XC90의 뛰어난 운동성능은 말할 필요도 없다.

XC90은 볼보가 2003년 내놓은 첫 다목적스포츠차량(SUV). 올초 2007년형 '뉴 XC90'이 국내에 들어왔다. 볼보의 안전철학과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고, 데뷔 4년 만에 세련된 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났다.

▲XC90의 발 받침대.
▲XC90의 발 받침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발 받침대. SUV라 차고가 높기 때문에 키작은 사람이나 치마입은 여성은 타고 내리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XC90은 배려심 많게 발 받침대를 앞좌석에서 뒷좌석까지 길게 제공하고 있다. 발 받침대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모든 SUV가 발 받침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좌석에서도 볼보의 세심한 배려는 이어졌다. 자동 6단 변속기 앞뒤에는 고무를 덧댄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핸드폰이나 동전, 작은 액세서리 등을 놓을만큼 작은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SUV의 특성상 거친 길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심한 핸들링 한번에 이런 물건들은 바닥으로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재질이 고무라서 그런지 떨어지지 않고 딱 붙어있다. 쓰다보면 상당히 편리하다.

앞 유리창에 있는 명함꽂이도 유용하다. 정말 사소한 것이지만 한번 사용해본 사람은 그 편리성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명함이나 연락처를 대시보드 위에 두면 요리조리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리창에 붙일수도 있는데 오래되면 지저분해진다.

▲XC90의 운전석.
▲XC90의 운전석.

볼보의 또다른 배려 한가지. 바로 공조시스템에 있는 공기배출구 스위치. 머리, 몸통, 다리의 사람 형상으로 스위치가 만들어져 있어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작동할 수 있다. 볼보의 모든 차는 이 스위치를 갖고 있다.

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배려, 단순함이 바로 볼보의 기능적인 럭셔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덕분에 볼보차를 타고 있으면 항상 내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XC90의 뛰어난 운동성능 역시 만족스러웠다. 시승차는 볼보에서 직접 개발한 직렬 6기통 3.2리터 가솔린엔진에 기어트로닉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 모델.

최근 시승한 랜드로버의 프리랜더2에 탑재된 엔진과 같다. 최고출력 238마력(6200rpm)과 최대토크 32.6kg·m(3200rpm)를 발휘한다. 시동을 걸자 직렬 6기통 엔진 특유의 매끄러움으로 인해 운전석에서 진동과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다.

프리랜더2에서 경험했던 부드럽게 상승하는 엔진 회전수를 이번에도 똑같이 느꼈다. 어느 속도 영역에서도 여유롭게 차체를 이끌었다. 최고안전속도는 시속 210km.

▲XC90의 전면부, 기존 모델에 비해 범퍼와 헤드라이트 등을 바꿨다.
▲XC90의 전면부, 기존 모델에 비해 범퍼와 헤드라이트 등을 바꿨다.

변속기 레버를 왼쪽으로 당기면 수동모드로 바뀐다. 원하는 기어를 유지하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주행을 할 수 있다.

한가지 조심해야될 점. 정차 상태에서 수동모드로 바꾼후 오른발에 힘껏 힘을 가하자 갑자기 엔진이 거친 숨소리를 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수동모드에서는 레드 존에 이르러도 자동으로 변속되지 않는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진 회전력이 떨어지는 레드존 부근에 이르기 전에 적절하게 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볼보 XC90의 4륜 구동 장치는 전자식 4WD다. 평상시엔 앞바퀴만 굴리다가 상황에 따라서 앞 뒤 50:50까지 구동력이 배분된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승용차에 가까워 속도를 높이더라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다만 다소 무른 서스펜션 때문에 코너길을 급하게 몰기에는 부담이 된다.

안전의 볼보답게 전복방지 시스템(RSCl), 미끄럼 방지 시스템(DSTCl) 등 독보적인 안전장치도 대거 실렸다.

다만 리터당 7.8km에 불과한 연비는 고유가 시대의 단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판매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7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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