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금융당국이 부실 상장사들의 퇴출 방침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거래소도 인력을 충원하고 정기적으로 상장폐지 진행상황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거래소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구성하고 오는 7월까지 상장폐지 집중관리 기간을 운영한다.
부실 상장사들의 저승사자가 될 거래소 집중관리단에는 기존 코스닥시장본부 산하의 상장폐지 심사 3개팀에 추가로 1개팀이 더 참여한다. 이른바 좀비기업에 대한 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거래소는 필요할 경우 추가 인력을 신속히 보강할 계획이다.
단장은 민경욱 거래소 부이사장이 역임하며, 집중관리 기간 중 정기적으로 상폐 진행상황을 밀착 관리할 예정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오늘부터 집중관리기간을 즉시 가동하겠다"며 "부실기업이 퇴출되고 나면 그 빈자리는 우리나라의 유망한 혁신기업으로 채워지도록 할 필요가 있고 상장 제도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며 150여개 내외의 기업이 상폐될 수 있다고 했다.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지도록 설계됐던 기존 상폐 요건을 당국이 1년 앞당겨 적용하는 강화안을 발표하면서 나온 수치다. 기존에는 올해 50개 기업 퇴출이 예상됐었다.
증권업계에선 150개 안팎이라는 숫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지난달 12일 진행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거래소가 부실기업 퇴출 강화 관련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상장사가 230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었다.
해당 조건 적용이 더 앞당겨져 종합적으로 적용이 되는 만큼 퇴출 위기에 놓이는 상장사들도 당국 전망보다 더 유동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도 상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주식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 수가 예상보다 늘어나는 원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상폐 요건 강화를 계기로 거래소 지주사 전환과 코스닥 자회사 분리 등의 정책 추진 시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정책의 방향성은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에서도 당국은 상폐 진행상황을 거래소 경영평가와 코스닥본부 별도 경영평가 도입과 연관시킨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실상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당국과 거래소가 법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부실기업 퇴출 방안을 우선 시행하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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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지주사 전환 역시 코스닥을 따로 떼 코스피와 코스닥이 경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당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의견이다.
다만, 자본시장 일각에선 거래소 지주사 전환이 코스닥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일방향식 정책 추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 5000 달성 이후 코스닥 활성화에 정부 시선이 몰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서두르는 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