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 러시아 변호사를 찾아서

[법과시장] 러시아 변호사를 찾아서

송기호 변호사
2007.05.21 12:44

최근 자문을 해준 국제거래 분쟁은 러시아에서 진행한 공사대금 미수문제였다. 건설공사를 계약대로 완공했는데, 러시아 쪽에서 공사에 하자가 있다면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건이었다.

건설공사에서 하자문제는 흔히 생긴다. 하지만 러시아 쪽의 주장은 공사대금의 거의 4분의1을 깎겠다는 것이었다. 러시아가 보내온 하자보수 견적서는 건설업계의 관행에 비추어 지나쳤다.

이런 경우는 하자 액수 산정 근거를 놓고 서로 협상을 벌이게 된다. 그런데 협상에서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위험이 있다. 우리 측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선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유리한 자료를 정리하고 이를 제시하면서 협상을 잘 하는 동시에 협상 이외에 다른 해결 수단의 가능성도 같이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 측이 부딪치는 문제는 계약서의 분쟁 해결 조항에 계약을 둘러싼 분쟁 해결에 러시아의 법과 사법절차가 적용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 이 사건은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러시아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러시아 법에 따른 법적 해결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러시아 현지 법정에서 우리를 위해 법적 절차를 준비해줄 러시아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법률사무소 네트워크를 통해 러시아 현지 변호사들의 신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 사건을 자문하면서 러시아 변호사들이 서울에 직접 나와 법률사무소를 개설해 러시아 현지와 직접 연결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법률사무소가 서울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고, 러시아 관련 사건을 직접 자문하고, 러시아 현지 법정에서 직접 법적 해결을 동시에 모색해 준다면 우리 측으로서는 훨씬 더 편리하고 유익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 변호사들은 한국에서 사무소를 개설할 수 없다. 필자는 법률시장의 조속한 전면 개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혔다. 현재 베이징과 도쿄, 그리고 서울 3곳 중에서 외국 변호사들의 영업이 금지된 유일한 장소가 서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에도 불구하고 법률시장 개방의 속도는 느리고 그 폭은 제한적이다. 그리고 서울에는 미국 변호사들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중국 일본 유럽 인도 베트남 등 세계 주요국의 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법률시장 개방은 한국의 변호사들에게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법률시장 개방은 다른 분야의 개방, 가령 농업 개방과 다르다. 관할 법률이라는 보호막이 존재한다. 아무리 외국 변호사들이 한국에서 영업을 하더라도 이들이 한국 법에 관한 서비스분야에선 한국 변호사들보다 나을 수 없다. 만일 외국 변호사들이 한국 법에 관한 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려고 한다면 한국 변호사들을 고용하거나 혹은 동업을 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농업 개방은 값싼 미국 농산물이 일방적으로 한국 시장을 점유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의 급속한 농업 개방은 사실상 대책 없는 개방이다. 지금 한국과 FTA를 하자고 나서는 유럽과 중국 호주의 공통점은 한국의 식료시장을 놓고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개방의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외국 농산물이 서울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보다 외국 변호사에 대한 영업 허용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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