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자본주의]<중-2>연기금자본주의 키우려면
"그 사람들, 나이 들어선 분명히 머리띠 두르고 데모하게 될 겁니다. 사학연금은 자산이 고갈되어도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처럼 국고로 보조해주지 못해요. 사학연금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요."
한국경제연구원(KDI) 직원들이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연금을 갈아탔다는 뉴스를 듣고, 한 연금 전문가가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KDI가 예측한 사학연금기금의 고갈 연도는 2026년으로 국민연금기금(2048년)보다 20여년 정도 빠르다.
KDI의 국민연금 '탈출'에 여론이 들끓는다. "국민연금 지배구조부터 전문가 위주로 고쳐야 한다"는 얘기부터 "이 참에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을 합쳐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연기금들이 선진적인 연기금운용체제를 갖추려면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운용목표가 좀더 단순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연금 개선의 핵심은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해외 연기금처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자산배분 전략을 세우면 운용사는 이에 따라 운용만 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 연구자는 "연금 제도와 기금 운용을 분리해야 운용목표가 명확해지면서 운용성과도 높일 수 있다"며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는 매년 적립률 100% 유지를 목표로 세우고 그에 따라 자산배분 전략을 유연하게 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운용목표는 실질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로,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자산배분의 전문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가입자대표들은 고용주, 노동자 등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이라며 "캐나다 등 해외 연기금처럼 이익집단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기금 운용을 분리하는 '연기금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