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 부분철회 "여론의 힘은 강했다"

현대차 파업 부분철회 "여론의 힘은 강했다"

이진우 기자, 김용관
2007.06.24 17:34

거센 반대 여론·내부 반발 직면...금속노조 투쟁동력 약화 전망

"이번 파업은 근로여건 보장 등과 관련없는 순수한 정치파업이며, 금속노조 규약을 위반해 효력도 없다."(현대차 아산 기성회)

"금속노조의 한미FTA 저지 총파업과 현대기아차 지부의 파업계획 철회를 간절하고 강력하게 요청한다."(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국민의 성원에 대한 추호의 고마움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의 배신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앞으로 현대차를 타지 않겠다."(맹형규 한나라당 의원)

현대차(487,500원 ▼29,500 -5.71%)노조가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역시 현장과 여론의 힘은 강했다. '정치파업 반대'라는 안팎의 여론에 밀려 집행부가 투쟁 방식과 수위를 축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초 현대차 노조는 오는 25~27일 3일 동안 영·호남과 수도권에서 2시간씩 순회파업을 진행한 후 오는 28일 4시간, 29일은 6시간 총파업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파업에 반대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고 결국 부분파업 철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명분없는 정치파업 'NO' = 우선 현대차의 경우 한미 FTA 최대 수혜 업종이라는 점과 파업 결정과정에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점 때문에 명분을 잃어버렸다.

또 재계와 울산지역 시민단체 등의 파업철회 요구가 잇따르는 등 파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정부는 "과거에는 불법파업이라도 공권력 개입은 가급적 자제했는데 이번에는 초기부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대차 노조를 강하게 압박했다.

현대차 조합원들의 반발도 잇따랐다. 집행부가 찬반투표 없이 파업에 동참키로 하자 노조홈페이지에 잇따라 "정치파업 반대"를 주장하는 글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같은 사이버 반발은 울산 및 아산공장 곳곳에 파업반대 대자보로 이어졌다.

아산공장의 현장 작업자 출신 기사 및 반장 94명으로 구성된 '아산 기성회'는 '한미 FTA 저지 파업관련 입장'이란 대자보를 통해 "이번 파업은 근로여건 보장 등과 관련없는 순수한 정치파업이며, 금속노조 규약을 위반해 효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지난 22일 현대차 노조 산하 정비위원회가 조합원들의 반대 여론을 감안해 간부 130여명만 파업에 참가키로 결정, 집행부의 파업 동력을 약화시켰다.

◇노조 투쟁동력 약화 = 현대차지부는 일단 오는 28일 전국 단위로 전개하는 4시간과 29일 6시간 부분파업의 경우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지부 산하 정비위원회의 노조간부 파업 방침은 철회하는 대신 오는 28~29일 전국단위의 부분파업에는 전 조합원이 동참하기로 했다.

금속노조 역시 현대차 노조의 불참과는 관계 없이 △25일 호남·충청권 △26일 수도권 △27일 영남권 3개권역별 순환파업을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대차지부의 이같은 부분파업 철회로 이번 한미 FTA 반대 총파업의 투쟁동력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사상 유례없이 내부에서부터의 반발이 거셌다는 점에서 이전과 같은 무한 투쟁은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장내 빨간 조끼, 즉 1000여명에 이르는 대의원 중 일부가 이번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벌어질 노조활동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국 노동운동의 전위대 역할을 했던 현대차 노조가 일부라도 상부 방침을 보이코트 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파업의 명분이 부족했다는 점을 노조 내부에서 드러낸 것으로, 금속노조의 위상도 급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 노무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현대차 지도부가 크게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처럼 현대차 내부의 하부조직이 붕괴될 경우 집행부가 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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