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화인', 구멍숭숭 뚫린 공시규정 악용

'다음-화인', 구멍숭숭 뚫린 공시규정 악용

전필수 기자
2007.06.28 16:59

금융당국, 눈뜨고 당하는 판…사실상 경영권 변동에도 공시 안해도 돼

회사 경영권과 대주주가 바뀌는 계약이 이뤄졌다. 단, 이 계약은 비밀계약이고 당장 계약을 체결하는 게 아니라 1년 안에 하면 되는 계약이다.

이 계약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것은 공시위반일까. 아닐까.

이재웅다음(58,900원 ▲600 +1.03%)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지난 3월 코스닥 상장기업화인에이티씨(4,375원 ▲50 +1.16%)에 100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한다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다음과 화인에이티씨, 어느쪽도 공시를 하지 않았다.

당시 화인에이티씨는 대주주가 조동정씨에서 IMM네트웍스로 변경됐다는 공시를 했지만 사실은 이재웅 사장이 사실상 최대주주가 되는 계약이 동시에 이뤄졌다. IMM네트웍스는 이 사장측에 회사를 넘겨주는 중간 다리 역할이었던 셈이다.

이 계약은 화인에이티씨뿐 아니라 다음 측에도 주요주주 구성에 큰 변화가 오는 내용이었다. 이 사장의 현물출자가 이뤄질 경우, 다음의 최대주주는 이 사장이 아니라 화인에이티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장이 출자할 현물 1000억원은 다음 주식 10%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현재 다음 주식 17%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 주식 10%는 1000억원 가량 된다.

두 회사의 경영에 무시할 수 없는 주요 내용이 포함된 계약이었지만 두 회사의 일반 주주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주요 내용이 대주주들 간에 오갔지만 이들을 보호할 당국의 제도는 헛점 투성이다.

회사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대주주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공시 의무사항은 아니란 게 관계 당국의 해석이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들은 "계약내용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측에 공시의무가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공시 위반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답변을 했다.

공시제도가 대주주와 경영진에 비해 정보에서 소외된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보호장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 외에도 대주주나 경영진들이 공시를 피하기 위해 편법 계약을 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계약서 날짜를 공란에 비워두거나 하는 방식으로 교묘히 공시망을 피하는 것은 고전적 방법이다. 일부 기업들은 당국을 비웃듯 공시를 자사 홍보에 이용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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