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다시보기-上] 전직 관료·법조인 등 대기업에 대거 포진
퇴직관료와 법조인 출신, 전현직 교수들은 매년 초 대기업들의 주총시즌만 되면 사외이사로 와달라는 구애를 받는다. 특히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 소위 '힘 있는 기관' 출신이나 거물급 법조계 인사들은 서로 모셔가지 못해 안달이다.
올해만 해도현대차(509,000원 ▲28,500 +5.93%)는 지난 3월 주총에서 공정위 송무기획단장을 지낸 임영철 법무법인 세종변호사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을 거쳐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강일형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두산중공업(95,500원 ▲1,400 +1.49%)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거친 이건웅 법무법인 세종대표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박정규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또신세계(365,000원 ▼11,500 -3.05%)백화점은 이주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LG전자(127,900원 ▲23,900 +22.98%)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밖에 올해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진 않았지만삼성전자(167,800원 ▲2,000 +1.21%)에는 황재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장귀호 전 대법관 등이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다.
이처럼 전직 관료와 법조인들의 잇단 '대기업 행'에 대해 해당기업들은 "각계의 능력 있는 명망가를 영입해 투명경영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거물급 인사를 경영의 '방패막이용'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전직관료를 통해 정부정책이나 갑작스런 제도 변화 등에 미리 대비할 수 있고, 크고 작은 송사에서는 거물급 법조인들의 인맥이나 조언이 커다란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로비창구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상장사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이 학연이나 직장 등을 통해 대주주 또는 경영진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출신별로는 교수 및 연구직이 27.1%로 가장 많았고, 관료출신이 18.8%, 법조계 출신이 13.3%로 뒤를 이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퇴직관료나 법조인,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들이 대거 사외이사에 포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로비스트나 거수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