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홈에버 월드컵몰 농성장. 이날 오후부터 경찰은 전경버스 10여대를 동원해 농성장 입구를 에워싸고 출입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다.

농성중인 노조원들이 타 지역 홈에버 점포를 점거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전날과 달리 작전에 투입된 전경들도 통상 근무복에서 짙은 감색 진압복으로 옷을 갈아입어 긴장도를 더했다
농성장안, 이랜드일반노조 김경욱(37)위원장은 한 쪽 구석에서 어디론가 전화통화에 열중이었다.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많이 지쳐 보인다’고 말하자, 그는 “당연하죠, 지금이 며칠째인데….”
이랜드일반노조가 홈에버 월드컵몰을 점거농성한 지 벌써 13일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노사 양측의 협상은 전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각종 ‘송사’와 ‘투쟁’의 강도가 더욱 세지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해산, 지도부 구속 등으로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홈에버는 당장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겠지만, 그 휴우증은 아주 오래갈 것이다.
해법이 없는 게 아니다. 아주 간단하다. 양측 모두 조금씩 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이랜드일반노조의 경우 자신들의 상황을 소상히 알려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만큼 ‘불법 점거농성’은 이미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노동운동계 내부에서 이번 이랜드의 투쟁을 이미 ‘승리한 싸움’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역설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즉각 점거농성을 풀고 나오는 것이 사측인 이랜드를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랜드는 농성중인 조합원들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농성해산의 명분을 세워줘야 한다는 말이다. 계약해지 형식으로 해고된 농성자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이랜드 대표가 직접 나서서 믿음을 줘야 한다. 아들, 딸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소중한 일터로 나선 캐셔 직원들의 속마음을 회사가 어루만져줘야 한다.
노동부는 노사 현실도 제대로 모르고 어설프게 시도했던 중재안을 거둬들이고 노사 모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안을 다시 끝까지 도출해 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노동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증명해 보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