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이 잉태한 롯데 모스크바점’

‘88올림픽이 잉태한 롯데 모스크바점’

모스크바(러시아)=홍기삼 기자
2007.09.02 13:00

신격호회장과 러시아, 5공화국 시절부터 본격 인연

2일 롯데가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시 핵심부에 백화점을 오픈함에 따라 러시아와 롯데간의 특별한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롯데는 한러수교(1990년) 이전인 80년대 후반 구 소비에트연방시절부터 러시아와 비공식적인 우호관계를 맺는 등 롯데와 러시아의 특별한 인연은 지난 1980년 대 후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 공식스폰서로 당시 소련 선수단을 지원하면서 처음 러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그 다음해인 1989년 소련 체육부장관이 감사표시로 신동빈부회장 등을 러시아에 공식초청해 우의를 본격적으로 다지게 된다. 신부회장은 이때 미래의 실력자로 꼽혔던 현 러시아대통령인 푸틴과 우연히 조우하게 된다. 이어 한국에서는 ‘소련 물산전’, ‘볼쇼이 아이스발레단 초청 이벤트’가, 러시아에서는 ‘한국물산전’과 문화공연이 열리는 등 양국간 새로운 상품과 문화,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양측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보수색채가 강한 대표적인 내수기업인 롯데가 어떻게 ‘미수교 적색국가’였던 소련 올림픽 선수단을 지원하게 됐을까. 의문은 현재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신영씨와 신격호회장간의 관계를 주목하면 풀린다. 외교부출신 공무원이었던 노씨는 주한일본대사관 근무당시부터 신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을 맺어왔다.

이후 전두환정권시절이었던 지난 1982년 외무부장관을 지낸 노씨가 당시 권력핵심부였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장에 발탁됨에 따라 롯데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군사정권은 최대 치적으로 삼으려던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서는 미소 냉전의 한 축이었던 소련의 참가를 필수적으로 이끌어내야 했다. 소련의 참가가 없이는 동구권 국가들의 참여도 불투명해 반쪽 올림픽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때 노신영 국가안전기획부장이 신격호회장에게 직접 SOS를 타전함에 따라 롯데의 소련선수단 스폰서는 극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노신영이사장이 이번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 오픈 출장에 이례적으로 신동빈부회장과 동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 롯데는 지난 1997년 6월 ‘LOTTE RUS’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2002년 하반기 백화점과 오피스, 호텔용도의 ‘롯데PLAZA’ 공사를 착공했다. 약 5년에 걸친 공사를 통해 9월2일 1단계로 백화점과 오피스를 우선 오픈하게 됐다.

올 하반기에는 2단계로 320여실 규모의 5성급 최고급 호텔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달 말에는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내 제1터미널에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160평 규모의 면세점을 열어 주류와 화장품 등을 판매한다.

이에 앞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케이피케미칼 등 롯데계열사들은 러시아내에서 이미 시장점유율을 압도하며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신격호회장이 20년 전에 뿌린 러시아진출 씨앗은 아들인 신동빈부회장 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결실을 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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