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가위만 같으라고?

[기자수첩]한가위만 같으라고?

엄성원 기자
2007.09.26 15:19

우리가 귀성, 귀경 전쟁(?)을 호되게 치르는 동안 옆나라 일본도 큰 일을 치뤘다.

내각의 잦은 추문 끝에 사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대신해 모리 내각, 고이즈미 내각에서 관방장관을 지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가 91대 총리로 취임했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했으니 딱 1년여 만의 일이다.

총리는 바뀌었지만 내각은 거의 그대로다. 사실 아베 전 총리가 이전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2기 내각을 출범시킨 지 1달이 지났으니 대폭 물갈이를 단행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개회 중이라는 점도 부담이 됐다.

총리 교체라는 초강수에도 불구, 후쿠다 내각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참의원 선거 승리로 고무된 야당 민주당이 조기 총선 주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 아베 전 총리의 옷을 벗기는 데도 일조한 연금 문제가 버티고 있는 데다 자위대 파병기간 연장, 양극화 해소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도 산재해 있다.

자민당은 일년 남짓한 기간을 빼곤 전후 정권을 오로지하고 있다. 자민당 왕조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모습대로라면 왕조 교체도 불가능해보이진 않는다.

미국에서도 큰 일이 있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결정에 따라 미국 1위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파업을 결정한 것. 전미 규모의 파업은 1970년 이후 처음이라니 36년여 만의 일이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별 무리 없이 1~2주 내 파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 노사가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아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의 기세에 많이 위축되긴 했지만 미국은 한때 자동차의 나라로 불렸다. 전성기 시절 미국 자동차는 안에선 풍요의 상징이었고 밖에선 아메리칸드림으로 대변되는 미국적 부(富)의 상징이었다. 한마디로 이 시절 GM이니 포드니 하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는 미국 산업을 아니 미국을 대표하는 이름이었다.

이런 GM이 36년여 만에 파업을 결정했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외세의 거친 압박에 해외 공장 이전, 구조조정으로 버티던 자동차왕국의 뒤안길을 보는 듯만 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1년 동안 힘들인 농사일에 대한 보답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풍성한 때가 한가위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와 가장 밀접한 두 나라 사람들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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