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의도의 신선한 '매도' 바람

[기자수첩]여의도의 신선한 '매도' 바람

김유경 기자
2007.10.23 17:42

여의도에 '매도'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선한 바람이다. '매수'에만 익숙해 있던 투자자들은 노골적으로 '이 종목을 파는 게 낫다'는 의견에 솔깃해진다.

매도 의견은 지금까지 모간스탠리 씨티 UBS 등 외국 금융회사들에서 나왔다. 국내 증권사에서 '매도'라는 단어는 한사코 피해야 할 금기어였다.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을 환영하는 이유는 시장에 새롭게 접근하려는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기업 분석과 투자의견에 식상해 왔는데, 느닷없이 환골탈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서울증권은 매도 의견을 과감하게 제시하며 시장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익이 나지 않는 종목에는 투자자에게 '경고'하는 게 애널리스트의 역할이다"라고 담당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을 볼 뿐입니다. 다른 곳의 리포트를 훔쳐보지 않으렵니다"는 말도 들려줬다.

서울증권은 매수추천 일색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메가스터디 등에 사실상 매도 의견을 냈다. 이를 두고 '용기있는 결정이다.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며 환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해서라도 튀고 싶어하는 게 볼썽사납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서울증권의 노력이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내다봤다. 서울증권이 제대로 보고서를 내야 하고, 시장과 투자자들이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특히 서울증권이 얼마나 용기를 이어갈 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매도 보고서를 내기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반대급부' 또는 `희생'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 때문에 피해 봤다'며 으름장을 놓는 투자자들을 달래야 하고, 해당 기업이나 관련 기관들의 거센 항의도 견뎌야 한다.

 서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기자실을 찾아와 "(매도 의견을 내기까지)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신대로 밀어붙여 후회하지 않지만 뒷감당이 녹록지 않다"고 털어놨다.

 국내 증권업계에 불기 시작한 매도 바람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 지, 건전한 투자를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지는 한국 증시와 기업계의 성숙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들의 노력이 무위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은 '시장이 많이 성숙했다'는 증거를 잡고자 하는 희망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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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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