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BT, 필수설비 분리후 기업가치 '쑥쑥'

英BT, 필수설비 분리후 기업가치 '쑥쑥'

런던=임지수 기자
2007.10.24 10:47

[컨버전스 시대, 網이 경쟁력이다(하)]②BT, 조직분리 2년 이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뤄진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의 필수설비 조직분리는 결과적으로 성장정체를 겪던 BT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줬다는 평가다.

2005년 6월23일 필수설비(가입자망) 조직을 '오픈 리치'(Open Reach)로 분리한 BT는 이후 소매매출은 약간 줄었지만 도매매출이 큰폭으로 늘어나면서 덩달아 기업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덕분에 분리 직전 2.17파운드에 머물던 주가가 40% 가까이 뛰어 최근 3.00파운드를 웃돌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영국증시 상승률(FTSE100 지수 기준) 25%를 크게 웃돈다.

BT 오픈리치의 존 펌스턴 EAO디렉터는 "BT는 조직분리를 통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주가도 많이 올랐고, 도매매출도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필수설비 조직분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인 BT가 2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조직분리를 잘했다"고 자평하는 것은 소매시장에서 '마케팅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필수설비 조직을 분리하는 순간 BT를 옭아맸던 각종 소매규제가 하나둘 풀렸다. 이로써 BT는 소매시장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그것이 기업 주가를 올리는 '결정타'가 됐다. 영국의 통신규제기관 오프콤도 "BT가 조직분리를 통해 얻은 것은 소매 규제가 완화되면서 규제 리스크가 감소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BT에 대한 오프콤의 규제는 강력했다. BT의 규제는 1984년 민영화될 당시부터 20년 동안 줄기차게 이어졌다. 영업조직 분리를 비롯해 회계분리도 모자라 가입자선로공동활용(LLU), 시내전화 사전선택제(CPS), 유선도매제도(WLR)까지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T의 시내전화시장 점유율은 69% 수준이었고, 초고속인터넷 비중도 50%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유·무선 컨버전스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규제틀을 마련해야 했던 오프콤으로선 BT의 가입자망 쏠림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고, 이를 위해 2004년 기업법을 근거로 BT의 필수설비 '법인 분리'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블라워즈 오프콤 디렉터는 "영국 이동통신시장은 경쟁이 가능한 반면 영국 유선시장은 BT가 가진 가입자망이 전부여서 경쟁이 촉진되지 않았다"면서 "NTL이 케이블망을 갖고 있었지만 영국 전역의 50%밖에 커버하지 못했기 때문에 BT의 영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프콤의 시퍼런 서슬에 놀란 BT는 결국 자발적인 조직분리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법인으로 조직이 분할되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BT 관계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오프콤이 기업분할로 위협했기 때문에 BT 최고경영자(CEO)가 과감히 (조직분리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오픈리치'로 조직을 분리하는 데 BT는 총 5억파운드(약 950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에 대해 오프콤은 "조직분리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해서 보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주가상승 등 조직분리를 통한 간접편익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BT의 필수설비 조직분리는 오히려 BT에 '전화위복'이 됐다. 조직분리 전에는 해외투자 실패 등으로 부정적인 투자견해가 지배적이었는데, 조직분리 이후 BT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오프콤의 블라워즈 디렉터는 "투자자의 신뢰를 받으면서 이제 BT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나라가 많아져서 해외사업이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BT 역시 3만명의 직원을 '오픈리치'로 분리하는 것은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끊임없이 시달려온 규제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앞으로 몇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BT 오픈리치의 펌스턴 디렉터도 "법인분리를 했다면 노조의 힘이 세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모든 변화는 어려운 것이며, 기업은 이 변화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조직분리 결과는 곧바로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오프콤은 "저렴한 결합상품이 앞다퉈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도매상품에 대한 품질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